美 "1조7천억원 추가 원조"·英 "전쟁보험으로 민간 투자 활성화"
우크라 재건 회의 "EU 가입조건 갖추도록…러에 비용 부담시킬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1년간 7조8천억원 이상의 재건 비용이 필요하다고 가격표를 제시한 가운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이 수십억 달러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Ukraine Recovery Conference)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하며 EU 가입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비군사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러시아에 전쟁 책임을 물리고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부담케 하겠다고 다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3억달러(약 1조7천억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원금은 낡은 에너지 그리드(전력망) 정비, 항구·철도 등 기반 시설 개선 등에 사용될 것"이라며 "결국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민간 투자자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이 보장하는 전쟁 보험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런던 콘퍼런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자하는 민간 기업들에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 보장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수낵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우크라이나 기업 협약'에 시가총액 총합 4조9천억달러(6천340조6천억원)에 달하는 38개국 400여개 기업이 가입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엔 BT, 버진, 필립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포함돼있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이와 함께 수낵 총리는 2억4천만파운드를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와 병원 등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해 3년간 30억달러(3조9천억원) 규모 세계은행 대출에 보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피해를 다 보상할 때까지 강한 제재를 유지하고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영국 등과 보조를 맞춰서 공공투자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 투자 시 전쟁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주 발표한 4년간 500억유로(약 71조원) 재건 지원 방안에 관해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한 계속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곧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EU에 가입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부패 감소와 사법 개혁을 포함해서 필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부 장관은 올해 우크라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에 3억8천100만유로(5천380억원)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EU에 적합하도록 재건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약속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은 한 국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의 세계를 만들고 있고, 이 세계가 자유롭고 민주적일지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들이 우크라이나가 이미 경제·국방 동맹의 일부란 점을 인정하는 용기를 보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재건 사업에 12개월간 60억달러(7조8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이 추정한 재건 비용은 4천억달러가 넘고 시급한 복구 비용만 140억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또 최근 카호우카 댐 파괴로 인한 환경 피해가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2일까지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는 한국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포함해 60여개국 1천여명 이상의 정부와 민간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우크라이나 개혁 회의'(Ukraine Reform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열린 연례행사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스위스 루가노 회의 때부터 명칭을 바꿨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민간 기업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가칭 '일본-우크라이나 경제 재건 증진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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