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338개 코스피 상장사 공시 내용 분석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개선됐으나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공시 기한인 지난달 말까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338곳이었다.
지난해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 공시 기준이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총액 2조원 이상에서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번 공시 기업에는 자율 공시를 한 10곳도 포함됐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기업지배구조 확립에 필요한 핵심 지표 15가지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 현황'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 결과 이들 핵심 지표 15가지에 대한 준수율은 모두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올해 부문별 평균 준수율은 감사기구 부문 79%, 주주 부문 58%, 이사회 부문 51%였다.
지표별 준수율로 보면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 이사 부존재(이사회부문)'의 준수율이 9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감사 부문에 해당하는 '경영 관련 중요 정보에 대한 내부 감사기구의 접근 가능 절차 보유 여부'(98%), '내부 감사 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92%), '내부 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90%) 등이 90% 이상의 준수율을 보였다.
이들 지표는 모두 상법에서 요구하는 의무 준수 사항이다.
반면 준수율이 가장 낮은 지표는 이사회 부문의 '집중투표제'로, 전체 338개 기업 중 11곳(3%)만이 이를 따랐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 방식이다.
이나예 연구원은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많은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되지만, 집중 투표 방식을 채택하면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한 대주주가 있어도 소수 주주 추천 이사에게 의결권을 집중해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며 "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대하는 입장에선 투기 세력들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한다"며 "실제로 기업들이 제시한 집중투표제 미채택의 대표 사유도 '투기 자본 세력 등이 이사회 및 기업 경영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함'이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5개 핵심 지표 모두 준수율이 개선되는 흐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강제성을 지닌 규범적 조항의 준수율은 매우 높지만, 자발적 개선이 필요한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제와 주주 총회 4주 전 소집 공고, 주주 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 정책 통지 등의 부문은 일반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지표 개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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