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저해"…우크라전 이후 법조항 악용, 국제기구 잇따라 퇴출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가 그린피스 등에 이어 세계 최대 야생 동물 보호 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에까지 '경제활동 방해'라는 낙인을 찍어 자국 내 활동을 금지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검찰총장실은 이날 성명에서 WWF가 러시아 연방의 영토에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성명은 이어 "WWF가 북극의 산업 개발을 막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WF가 미국의 북극 영해 통제를 지원하기 위한 음모의 일환일 것이라는 게 러시아 측 의혹 제기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WWF의 활동이 광물과 귀금속 개발, 나아가 에너지와 석유, 가스 산업에 관여된 자국 대기업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WWF의 러시아 내 활동을 금지한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십 개의 비정부기구(NGO)에 철퇴를 내리는데 악용돼온 법 조항의 적용을 받은 것이다.
폴리티코는 "푸틴이 판다를 공격했다. 러시아가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 와중에 WWF를 금지했다"며 "이로써 WWF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추방'된 국제기구 리스트에 이름을 추가로 올리게 됐다"고 촌평했다.
스위스 비정부기구인 WWF는 그동안 북극 해빙 구간에서의 러시아의 선박 운항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활동이 북극고래 서식에 지속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들어 그린피스와 노르웨이 환경단체인 벨로나에 '위험 단체' 딱지를 붙여 퇴출시킨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에서 '살아남았던' 몇 안 되는 국제기구인 WWF마저 쫓겨나게 된 셈이다.
러시아 검찰청은 지난달 19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에 대해 국익 추구를 방해하고 러시아의 헌법 질서 및 안보 근간에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활동을 금지한 바 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교활하다"며 앞으로 러시아가 적법한 절차 없이 국가안보 저해를 이유로 어떠한 국제단체도 금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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