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中, 바이든 행정부 아래 관계 개선 기대 낮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중국 전문가들은 이미 약한 미중 관계에 추가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지만, 그로 인해 미중 관계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22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 격추 사태에 대해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까닭은 그것이 거기 있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고 말했다.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동일시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곧바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해당 발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잡힌 가운데 블링컨 장관이 MSNBC 인터뷰에서 "그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 한 그 (풍선) 챕터는 닫아야 한다"고 말한 당일 나왔다.
SCMP는 "이번 발언 논란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만남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당장 분명하지 않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를 별로 안 하기 때문에 이미 약한 양국 관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국제 학술네트워크 이스트웨스트브리지의 코킹키 회장은 미중 간에는 정치적 신뢰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SCMP에 "중국은 바이든 아래 미중 관계에 대해 아무런 환상이 없다"며 "중국은 다만 예상치 못한 사건을 낳을 수 있는 오판을 피하고자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함께 안전장치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이 양국 관계 안정에 뜻을 모은 것과도 극명히 대조돼 미 대통령과 행정부 간 단절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무장관을 포함해 미국 관리들은 종종 바이든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을 해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바이든 대통령은 CBS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그에 앞서 지난해 5월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등에서도 미군 대만 개입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칭화대 일대일로연구소의 준 아흐메드 칸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행동과 협력 의지 표현 간 불일치를 오랫동안 관찰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언행일치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중요한 미국이 경제 파트너이긴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더 나은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유세 기간에는 시 주석을 '폭력배'라고 지칭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었다.
칸은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유권자들을 달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들에게 현재 당면한 위협은 중국과 중국의 커가는 글로벌 영향력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미국의 분위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강경 입장을 더욱 강화하길 바라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반중 수사를 누그러뜨린다면 국내외의 지지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딜런 로 부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본에서 벗어나 즉흥적으로 발언하는 경향이 있고 이번 일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두 강대국 간 그런 식의 전진-후진, 멈춤-시작 방식의 교류는 일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에 대해 미중 간 차이점을 솔직히 짚은 것이라며 해명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요한 것은 미중이 차이점과 불일치가 있다는 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