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페디션 CEO 스톡턴 러시 "안전은 순전한 낭비"
타이탄 전 탑승객 "안전 포기서에 '죽음'만 세 번 언급"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관광용 잠수정을 타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러 심해에 내려간 탑승객들의 생존 골든타임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무모한 모험에 나선 인물 면면을 미 NBC 뉴스가 22일(현지시간) 조명했다.
미국의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한 사람은 모두 5명으로,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CEO) 스톡턴 러시와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프랑스 국적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 파키스탄 재벌인 샤자다 다우드와 그 아들 술레만이다.
타이태닉 관광용 잠수정을 고안해 낸 이는 바로 스톡턴 러시다.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그는 과거 한 독일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초 문득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난파선을 보러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 잠수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타이태닉을 보러 누군가를 데려간다면, 이는 그들에게 인생을 바꾸는 최상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당시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와 그의 팀은 결국 소규모 인원이 탈 수 있는 탄소 섬유 잠수정 타이탄을 만들었고, 4년 뒤인 지난 16일 모험심이 가득한 다른 4명의 부자와 함께 타이탄의 세 번째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타이탄은 18일 아침 대서양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지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겼고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는 지난해 CBS 기자 데이비드 포그와의 팟캐스트에서 '안전'은 "순전한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원한다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말고, 차에 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언젠가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위험과 보상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그의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민간 비행기 회사 '액션항공'의 회장인 하딩도 온갖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한 인터뷰에서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하딩은 그 전 해엔 해저 3만5천피트(10.6㎞)에 있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로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하딩의 친구이자 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 테리 버츠는 NBC 뉴스에 그가 이번 탐험에 나서기 전 문자를 주고받았다면서 "타이태닉에 가려면 위험이 따른다. 하딩이 걱정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 역시 (위험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샤자다 다우드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다우드 가문의 이름을 딴 비즈니스 제국 '다우드 허큘리스 코퍼레이션'은 농업, 보건 및 기타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다우드의 오랜 친구는 전날 NBC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우드가 남극과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등 야심 찬 여행을 즐기는 수줍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다우드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는 사업가 무함마드 하심도 "다우드는 타이태닉의 전설에 관심이 많아 잔해에서 나온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을 자주 방문했다"며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저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 프랑스 해군 장교이자 해양 전문가인 폴 앙리 나졸레는 '미스터 타이태닉'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타이태닉 잔해 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아왔다.
그는 타이태닉 잔해 독점 인양권을 가진 'RMS 타이태닉'사의 수중 조사를 지휘하며 그간 37번의 잠수를 마쳤고, 약 5천점의 유물 인양을 감독했다.
오션게이트의 타이탄과도 친숙하다. 그는 지난해 타이탄을 타고 대서양 9천피트(2.7㎞) 아래로 내려가 타이태닉 근처의 알려지지 않은 심해 생태계를 발견하고 돌아왔다.
외신들은 이들 모두 타이탄을 타고 심해에 내려가는 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실제 앞서 타이탄을 탔던 승객들은 잠수정에 타기 전 극도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리는 '안전 포기서'에 서명했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 7월 잠수정을 탄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배에 타기 전 받아 본 면책 조항에 세 번이나 '사망'이 언급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홈페이지 글에서 보잉사, 나사, 워싱턴 대학교가 타이탄 설계와 제작에 협력했다고 주장한 오션게이트는 현재 관련 글을 삭제했다.
보잉과 워싱턴대는 타이탄의 설계나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나사는 타이탄의 재료나 건설 과정에 대해 조언은 제공했지만, 테스트를 수행하거나 인력, 시설을 활용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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