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태평양 섬나라에 안전성 설득…'IAEA에 뇌물' 韓보도도 반박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일본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가 간 '홍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에 있는 복수의 원자력발전소가 배출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양이 도쿄전력이 방류할 오염수에 담긴 삼중수소보다 훨씬 많다고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을 위해 작성한 설명용 자료에 따르면 저장성 타이산 제3원전이 2020년에 방출한 삼중수소는 약 143테라베크렐(T㏃)이었다.
도쿄전력이 1년간 방류할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중수소 총량인 22T㏃의 6.5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의 또 다른 원전인 광둥성 양장 원전은 2021년에 삼중수소 약 112T㏃을 방출했다. 같은 해에 푸젠성 닝더 원전은 약 102T㏃, 랴오닝성 훙옌허 원전은 약 90T㏃의 삼중수소를 각각 내보냈다.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양보다 많다.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국에서 2021년 발간된 '중국핵능연감'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원전이 2020년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1천54T㏃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 대부분의 핵종이 제거되지만, 삼중수소는 남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미우리 기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일방적 조처이며 세계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에 대한 일본 측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중국은 자국의 원전 삼중수소 방출을 주변국과 합의하지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중국뿐만 아니라 태평양 섬나라들과 다른 주변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남태평양 피지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이민부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방류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티코두아두아 장관은 "만약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한다면 왜 자국에 두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도 이달 초순 "방사선의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동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며 일본 정부를 견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또 다른 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의 수랭걸 휩스 대통령이 지난 1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오염수의 안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을 홍보했다.
아울러 홍콩 당국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일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자 지난 16일 주홍콩 일본총영사관에 글을 올려 이른바 '세슘 우럭'은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외무성은 전날 이례적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검증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네고 일본 측에 유리한 결론을 내도록 유도했다는 한국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외무성 간부가 그러한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무책임한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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