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뎅기열 감염, 과거 10여년 총계와 비슷…말라리아도 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유럽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성 질병에 대한 경고등이 커졌다.
로이터 통신, 미국 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를 인용해 지난해 유럽 북부와 서부에서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ECDC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보고된 뎅기열 감염은 프랑스 65건, 스페인 6건 등 71건이다.
이는 유럽에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보고된 74건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다른 감염병인 웨스트나일열도 지난해 유럽에서 1천133건(사망자 92명)이 발생하며 크게 늘었다.
지난해 유럽의 웨스트나일열 감염 건수는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뎅기열은 보통 증상이 경미하지만 경우에 따라 고열과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잇몸 출혈, 복통은 물론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웨스트나일열도 보통 증상이 없지만 일부 환자들은 열과 두통, 피부 발진 등을 겪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안드레아 아몬 ECDC 소장은 유럽에서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모기로 인한 뎅기열, 웨스트나일열, 치쿤구니야열 등 열대성 질병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모기 개체 수를 통제하고 개인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열대성 질병이 급증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아몬 소장은 "기후 변화와 더욱 따뜻해진 날씨가 모기 매개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바이러스 확산을 도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기후 변화가 열대성 질병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라며 인구 이동, 토지 이용의 변화, 물 접근성 등 다른 변수도 거론했다.
ECDC는 이날 보고서에서 열대성 질병 중 하나인 말라리아도 유럽에 여전한 위험으로 남아있다며, 지속해서 말라리아를 관찰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유럽에서 보고된 말라리아는 4천800건인데, 이 중 99%는 인구 이동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으로선 유럽 내 말라리아 감염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유입됐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보건펀드인 '에이즈·결핵·말라리아와 싸우는 글로벌펀드'의 피터 샌즈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 때문에 유럽에서 말라리아가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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