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다변화·하우스 물량 확보…민물·수입 등 이색상품 개발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 세트용 과일과 수산물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올해 봄부터 이상 고온 현상이 빚어진 데다 과일 주요 산지가 우박 피해를 입었고, '엘리뇨' 영향으로 장마철 비가 자주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이 확산, 수산물 선물 세트 구성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 과일 산지 다변화…기후 영향 적은 품종 개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더웠던 올해 봄은 과일 작황에 영향을 줬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포도와 복숭아는 이른 더위와 큰 일교차로 일찍 핀 꽃이 냉해를 입어 착과량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상품이 줄어든 상황이다.
사과는 주요 산지가 이달 들어 잇따른 우박 피해를 입어 열매에 흠집이 늘었다.
여기에 장마철 엘리뇨의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려를 더 하고 있다.
엘리뇨로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태풍이 강하게 발달할 수도 있다.
업계는 기후 상황이 이처럼 녹록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과일 산지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그간 거래해온 지역 외 농가 접촉을 늘려 사과와 배 수급 지역을 확대하고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청과 바이어들이 아예 매일 산지로 출근해 대체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어 시설 재배로 기상 이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애플망고와 멜론 등의 선물 세트 구성을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멜론과 애플망고 등 대체 품목을 확대하고 신규 산지를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렸다.
이마트는 과일 계약 농가를 예년보다 20∼30% 확대하고, 태풍에 대비해 농가마다 나무 버팀목을 추가로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롯데마트는 포도의 경우 하우스 재배 물량을 확보하고, 사과와 복숭아의 경우 피해가 덜한 지역으로 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기로 당도 높은 물량을 선별할 계획이다.
◇ 수산 선물 세트 비축 확대…민물·수입산 개발
기상 상황뿐 아니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슈도 추석 선물 세트 구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는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오염수 방류 전에 서둘러 물량을 비축하고 대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굴비와 옥돔, 멸치 등 저장이 가능한 품목에 대해선 올해 추석이나 내년 설용 물량까지 대부분 확보를 끝냈고, 방사능 검사도 확대했다.
또 방사능 영향이 없는 민물이나 수입산 선물 세트도 새로 개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입 수산물 산지를 다변화해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아일랜드와 스페인산 새우 등을 선물 세트로 개발하고 있다.
또 장어 등 내륙에서 양식하는 민물 수산물을 활용한 밀키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명절 대표 선물인 굴비와 옥돔을 미리 구매해 저장고에 보관하고, 실제 판매 시점이 되면 오염수 방류 전 어획한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홍보물을 제작해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는 아르헨티나산 새우와 뉴질랜드산 연어, 남극해 비막치어 등을 신규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수산물을 미리 비축하고 추석 선물로 판매하기 전 다시 한번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품질 검수를 강화한다.
또 국산 선물 세트의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산 냉동 새우를 신규로 선보이고, 육포와 명란 등으로 상품을 강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먹거리 안전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신규 산지 및 우수 품종 발굴, 산지 다변화 등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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