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 로스토프나도누 군 시설 장악…보로네시선 포격전 정황
당국, 거주민 외출자제·대규모 집회 금지…러 매체는 "패닉 상태 아냐" 주장
(서울·브뤼셀=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정빛나 특파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장악했다고 주장한 러시아 남부 도심은 24일(현지시간) 장갑차가 곳곳에 배치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현지 친러 세력 간 포격 정황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이 군 사령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한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도심 주요 교차로에서는 기관총을 탑재한 장갑차와 '은색' 완장을 찬 군복차림 남성 십수명이 목격됐다.
은색 완장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도심 곳곳에서 경찰 및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잇따랐으며, 도심 한복판에 있는 장난감 가게 등 일대에도 장갑차 및 전차가 배치됐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한 동영상에는 바그너 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장갑차들과 군용 트럭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내 러시아 군 사령부 주변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군 사령부 건물을 돌아 어딘가로 단체로 이동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군 사령부를 향해 대포를 겨누고 있는 장갑차의 옆면엔 빨간색으로 'Z'가 쓰여 있다. 'Z'는 친(親)러시아 진영에서 러시아 지지 표식으로 통한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줄지어 이동하거나 군용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의 동영상, 총기를 든 용병들이 도로와 인도를 누비는 사진도 공개됐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군용트럭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한 바그너 그룹에 가담하기 위해 아조프시에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 중인 러시아 정규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글이 달렸다. 다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영상이 촬영된 시각이 언제인지 명확하진 않으나 바그너 그룹이 점령한 도로에 다른 이동 차량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인도 위 행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신기하다는 듯 휴대전화로 현장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다.
바그너 그룹이 진입한 남부 또 다른 도시인 보로네시주의 주도 보로네시에서는 포격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보로네시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 거리에 있는 도시로, 이에 앞서 바그너 그룹이 무혈입성했다고 주장한 로스토프나노두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러시아군이 바그너 그룹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보로네시 주택가 일부가 폭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을 인용해 아파트 건물 여러 동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구세프 보로네시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보르네시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의 일환으로 작전 및 전투 조처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구세프 주지사는 또 이 지역의 유류 저장소에 불이나 항공류를 보관하고 있던 탱크 1개가 파손됐으며 화재 진압에 100명 이상의 소방대원이 투입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의 보안 소식통은 바그너 그룹이 보로네시주의 주도 보로네시에 있는 모든 군사시설을 접수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 '큰 혼란'은 없다고 강조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 근처에 모인 거주민들은 패닉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으며 사태가 해결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반란 혐의로 프리고진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긴급 TV 연설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대해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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