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랐지만 주담대 4천834억↑…신용대출도 8개월 만에 반등
이창용 "금방 늘 상황 아냐" 진단에도…금융권 석달 연속 증가할 듯
"금리인하 전망·부동산 회복 등 겹쳐…일시적 현상 아닐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아직 바뀌지 않았는데도, 가계대출은 마치 완화 상태인 것처럼 계속 불어나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6천억원 이상 늘어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과 금융권 전체로도 3개월 연속 가계대출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방 가계대출이 늘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지만, 5대 은행의 신용대출까지 8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6월 들어 5대 은행 신용대출도 1천억원이상↑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천162억원으로 5월 말(677조6천122억원)보다 6천40억원 불어난 상태다.
앞서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4월(677조4천691억원)보다 1천431억원 많아 2021년 12월(+3천649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보다 증가했다.
이달 말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6일 정도 남은 만큼, 두 달째 증가가 확실시되고 증가 폭도 눈에 띄게 커질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0조1천596억원)이 22일까지 4천834억원 늘었다.
특히 작년 말 이후 높은 금리 등에 줄곧 뒷걸음치던 신용대출(잔액 109조7천766억원)도 1천35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1조9천32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5대 은행의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각 2조3천억원, 4조2천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5월 증가 폭은 2021년 10월(5조2천억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개월 만에 지난 4월(+2천억원) 증가세로 돌아섰고, 증가 폭이 5월(+2조8천억원)에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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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기업대출 증감 추이(단위 : 억원)│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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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월말│ 2023.5월말 │ 2023.6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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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 6,774,691│ 6,776,122│ 6,782,162│
│(전월말대비 증감) │ (-32,971)│(+1,431)│(+6,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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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잔액 │ 5,089,827│ 5,096,762│ 5,101,596│
│(전월말대비 증감) │ (-22,493)│(+6,935)│(+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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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잔액 │ 1,099,314│ 1,096,731│ 1,097,766│
│(전월말대비 증감) │ (-10,088)│(-2,58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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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잔액 │ 7,200,778│ 7,269,887│ 7,315,866│
│(전월말대비 증감) │ (+54,031)│ (+69,109)│ (+4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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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여 새 주담대 0.14∼0.35%p 인상에도…"고금리 공포에서 벗어난 듯"
더구나 최근 가계대출은 금리가 다소 올랐는데도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미국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시장 금리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등이 0.3%포인트(p) 안팎 높아졌지만, 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30∼6.985% 수준이다.
한 달 열흘 전 5월 12일과 비교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350%p 올랐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390%p(3.843→4.233%) 높아진 데 영향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약 한 달 사이 최저 수준이 4.090%에서 4.230%로 0.140%p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배경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금융소비자들이 고금리 공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며 "4월 말부터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작년처럼 치솟던 상승세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 사이에 '길어봐야 1년 안에 금리가 낮아질 것' 등의 예상이 굳어지면서 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작년에 부진했던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 가격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만만해진' 금리와 맞물려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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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 금리·채권 금리 추이│
│ ※ KB·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채권정보센터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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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5월 12일 │2023년 6월 23일 │하단,상단 변동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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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4.090∼6.821% │연 4.230∼6.985%│+0.140%p, +0.164%p │
│변동금리(신규 │ │││
│코픽스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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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연 3.680∼5.796% │연 4.030∼6.163%│+0.350%p, +0.367%p │
│혼합형금리(은 │ │││
│행채 5년물 기 │ │││
│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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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주택 │연 3.900∼6.466% │연 3.920∼6.667%│+0.020%p, +0.201%p │
│금융공사 보증.│ │││
│2년만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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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연 4.650∼6.150% │연 4.370∼6.163%│-0.280%p, +0.013%p │
│1등급·1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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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신규취 │3.560%│3.560% │- │
│급액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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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5년물(A│3.843%│4.233% │+0.390%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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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1년물(A│3.650%│3.876% │+0.226%p│
│AA·무보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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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도 "가계대출 다시 늘며 금융취약성 커져"…"디레버리징 약화 우려"
이런 은행권의 시각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진단과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 19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가계대출 추이 관련 질문에 "가계대출이 확 늘어난다, 부동산이 살아난다고 진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금방 가계대출이 늘거나 부동산(가격)이 오르거나 할 상황은 아니고, 좀 지켜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도 가계대출 반등 조짐에 대한 걱정과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은이 앞서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8.1로 작년 4분기(46.0)보다 상승했다. 2007년 4분기 이후 장기 평균(39.4)과 비교해도 높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해당 보고서 설명회에서 "이번 보고서의 분석 대상 시기가 1분기까지인데, 4월에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 등을 반영하면 2분기에는 (금융취약성지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 역시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위험) 요인' 글에서 "금융 불균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 등으로 2022년 이후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조정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장기간 큰 폭으로 누증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부동산·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주택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는데, 단기적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에 따라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우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운용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 5대은행 기업대출도 6개월째 증가…한은 "이자 제대로 받으면 중기 대출 절반이상이 위험"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대출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5대 은행의 22일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모두 731조5천866억원으로 5월 말(726조9천887억원)보다 4조5천979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1조2천73억원(608조6천395억원→609조8천468억원), 대기업 대출이 3조3천906억원(118조3천492억원→121조7천398억원) 또 뛰었다.
5대 은행 기업대출은 올해 1월(+3조8천774억원) 이후 이달 22일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오는 9월 이후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까지 단계적으로 종료되면 한계에 이르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융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위험을 반영한 이자 비용을 적용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여신 비중이 2021년 기준 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가운데 각 21.6%, 54.8%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업의 경영상태 등을 반영해 위험만큼 이자를 받기 시작하면,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대출로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잠재 신용리스크의 현실화'에 글로벌 경기 둔화, 금융부문 위험 등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의 부실 위험이 더 커지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실제 지표보다 0.29∼0.65%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현재의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는 신용 리스크를 과소 반영할 수 있다"며 "은행은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과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과 자본금 적립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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