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바꾼 미초타키스 총리…안정감 주는 명문가·명문대 출신

입력 2023-06-26 06:01  

그리스 바꾼 미초타키스 총리…안정감 주는 명문가·명문대 출신
아버지는 총리, 누나는 아테네시장·외교장관 지내…하버드 MBA, 컨설팅업체 경력
언론 탄압 비판도…그리스 언론자유지수 세계 107위·유럽연합(EU) 꼴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019년 총선에 이어 올해 총선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5) 총리는 그리스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장남이다.
2017년 98세를 일기로 별세한 변호사 출신의 아버지 미초타키스 전 총리는 1946년 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004년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 반세기 넘게 경제 장관, 외교부 장관, 총리를 두루 지내며 생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의 누나인 도라 바코얀니스는 여성 최초의 아테네 시장,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고, 그녀의 아들인 코스타스 바코얀니스는 2019년 6월 아테네 시장으로 당선돼 그의 가문은 3대째 정치 명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아버지가 1984년부터 10년간 당수를 지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을 2016년 1월부터 이끌어 온 아들 미초타키스는 당 대표로 지휘한 2019년 유럽의회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미초타키스는 그해 7월 총선에서 완승을 일궈내며 대를 이어 그리스 총리로 취임했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집권 초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그리스는 재정 여건 및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꼽히지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신속한 봉쇄 조치와 감염자 추적, 성공적인 백신 접종 캠페인 등으로 유럽 내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장점이 더 발휘된 영역은 경제였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에서 사회과학 학사, 경영학 석사(MBA)를 딴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켄지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은행가 출신인 그는 그리스 경제의 극적인 부활을 이끌었다.
2012년 국가 부도 사태로 신용등급이 최하위로 추락했던 그리스 경제는 2021년 8.4%, 2022년 5.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신용등급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속적인 감세 정책을 통해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2015년 27.5%에 달했던 그리스의 실업률은 지난해 12.2%로 뚝 떨어졌다.
정치 명문가 출신이라는 배경, 찬사를 받은 코로나19 사태 대응, 눈부신 경제 성과 등은 미초타키스 총리에 대해 그리스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줬다.
전·현직 총리의 대결로 주목받은 이번 총선에서 미초타키스 총리가 2015∼2019년 총리를 지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에게 승리한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이끄는 치프라스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렸으나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
그는 2015년 총선에서 '긴축 거부'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유럽연합(EU)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여 그리스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그리스 유권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치프라스 전 총리보다는 안정적인 이미지의 미초타키스 현 총리에게 표를 몰아줬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승리한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언론 장악을 꼽는 의견도 많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취임 초기부터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대해 정부 광고를 끊거나 기업 광고를 끊도록 압박했다. 그래도 비판적 보도가 나오면 소송을 걸어 재갈을 물렸다.
그리스 여권은 2021년 11월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었다. 대중의 두려움을 야기하거나, 국가 경제·공중보건을 해치는 가짜뉴스를 보도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국민들이 코로나19 봉쇄로 고통받을 때 배우자와 자전거를 타고 여당 인사들과 파티를 벌이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했지만, 언론들은 이에 침묵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비슷한 사건으로 퇴진 수순을 밟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해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린 도청 스캔들, 올해 2월에는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스 역대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 지난 14일에 발생한 난민선 참사 등의 대형 악재에도 미초타키스 총리가 굳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선정한 언론자유지수에서 그리스의 순위는 올해 기준 전체 180개국 중에서 107위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채택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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