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출구조사 결과 40∼44%…1차 총선 때보다 시리자와 격차 더 벌려
보너스 의석 규정 힘입어 단독 과반…경제성장 이끈 미초타키스 연임 확실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에서 25일(현지시간) 실시된 2차 총선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단독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권자들은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낸 제1야당보다 IMF 구제금융 조기 상환과 높은 성장률 달성 등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낸 현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AFP 통신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 중도 우파 성향의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하 신민당)이 40∼44%를 득표해 16.1∼19.1%에 그친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민당은 한 달여 전인 지난달 21일 1차 총선 때보다 시리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압승을 거뒀다.
1차 총선에서는 신민당과 시리자가 각각 40.79%, 20.07%를 득표했다. 신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과반 의석에 5석이 부족한 146석을 확보했다.
4년에 한 번 총선을 치르는 그리스는 원내 제1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연정 협상에 돌입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2차 총선을 치른다.
'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미초타키스 총리는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을 거부하고 2차 총선을 추진했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득표율에 따라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계산대로 2차 총선에서 보너스 의석에 힘입어 넉넉하게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재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미초타키스 총리의 연임도 확실시된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지난해 3월에야 이를 졸업했다.
오랜 기간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그리스 국민들은 2019년 집권 이후 자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경제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같은 시장 친화적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그리스는 IMF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했고,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국가 신용등급도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은 2021년 8.4%에 이어 지난해에도 5.9%로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도청 스캔들과 올해 2월의 열차 충돌 참사, 최근에는 난민선 비극 등 현 정권에 부정적인 대형 악재가 잇따랐지만, 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초점이 경제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시리자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는 "그리스가 임금은 불가리아 수준인 데 반해 물가는 영국 수준"이라며 자신이 총리가 되면 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겠다며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았으나 예전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긴축 거부'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지만 정작 총리 취임 후 국제채권단에 백기를 들고 더 혹독한 긴축 요구를 담은 3차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여 공약을 뒤집었다.
'거짓말 총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치프라스 전 총리는 2019년 총선에 이어 올해 총선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치프라스 전 총리는 미초타키스 현 총리와의 선거에서 5전 전패를 당해 시리자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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