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참여 용병들도 잘못없어…바그너 해산은 우크라에 선물될 것"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의회 고위인사가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도 용병기업 자체를 해산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반란에 참여했던 바그너 전투원들도 처벌해선 안 되며, 그들이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는 바그너 그룹 반란이 협상으로 진정된 25일(현지시간) 자국 일간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을 금지할 수도 있는가'란 질문에 "무슨 이유로 금지할 것인가? 모든 책임은 바그너 지도자(프리고진)에게 있다. (옛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도 '아이들은 부모의 잘못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반란을 일으킨 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바그너 그룹은 전투력이 강한 부대며, 이는 러시아군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는 바"라면서 "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해산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국방부와 총참모부는 바그너 그룹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쩌면 (바그너 그룹의) 지휘부를 교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곳에 더 충성심이 강하고 (바그너) 전투원들이 존경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를 앉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바그너 그룹 자체의 운명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육군 대장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을 지내기도 한 카르타폴로프는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점령했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주둔했던 바그너 그룹 전투원들은 어떤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휘부의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면서 "로스토프 주민들, (현지) 남부군관구 소속 군인들, 사법기관 등 어느 곳도 용병들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원하면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만약 원하지 않으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르타폴로프 위원장은 현재 하원과 국방위원회가 군 활동의 모든 부문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바그너 그룹을 포함한 민간용병기업 처리 문제도 그 일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에선 민간용병기업을 규제할 법률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하원이 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물론 하원 전체가 그동안 크렘린궁의 정책과 계획을 거의 그대로 실행하는 '하수인' 역할을 해왔음을 비춰볼 때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을 비호하는 뉘앙스를 담은 카르타폴로프 위원장의 발언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