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 "대중 수출 다양화에 전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뉴질랜드가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다각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인 뉴질랜드는 이웃 나라인 호주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무역 보복을 면밀히 관찰한 터여서 지나친 대중국 무역 의존이 초래할 위험 분산에 나선 것이다.
먼저 뉴질랜드의 상황을 살펴보면, 뉴질랜드는 2008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이후 '중국의 늪'에 급속하게 빠졌다. FTA 체결 5년 만인 2013년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 상대는 호주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현재 뉴질랜드의 대중국, 대호주 수출액은 각각 206억 뉴질랜드달러(약 16조5천억원), 89억 뉴질랜드달러(약 7조2천억원)로 그 차이가 2배 이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뉴질랜드산 제품 수입이 고급 유제품, 원목, 육류 등 특정 품목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 시기 중국의 경제 성장과 부유층·중산층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뉴질랜드산 임산물의 최대 시장이 중국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산 육류는 40%가 중국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뉴질랜드산 유제품의 최대 구매자도 중국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도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다시 말해 뉴질랜드는 무역과 관광 등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수년째 미국과 중국 간에 경제·안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고조돼온 상황에서 뉴질랜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간의 대만·남중국해 다툼은 물론 첨단 반도체·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동맹을 겨냥한 무역 보복을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찾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과 홍콩인의 자유 침해 문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시했을 정도로 뉴질랜드는 중국에 '할 말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미국 중심의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하면서 핵심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뉴질랜드는 언제든 중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인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했다.
앞서 2020년 말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이 발끈했다.
중국은 이후 비공식적으로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보리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는가 하면 자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도 제한했다.
호주는 작년 기준으로 자국산 철광석의 65%를 중국에 수출할 정도로 중국에 무역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중국의 제재로 큰 타격을 받았다.
다만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호주·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의 물꼬가 터지면서 올해 들어 양국 간에 무역 정상화 작업이 이뤄져 왔다.
사정이 이런 탓에 뉴질랜드는 중국과의 기존 무역 관계를 재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의 25∼30일 중국 방문 일정도 무역 다각화에 맞춰졌다.
이번 힙킨스 총리의 방중에는 뉴질랜드의 최대 기업 임원 등 29명이 동행했다. 방중 기간에 시진핑 국가주석 이외에 리창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과의 접견이 예정됐다.
힙킨스 총리는 방중에 앞서 "대표단의 구성은 뉴질랜드 수출품을 다양화하려는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유제품, 목재, 육류의 대중국 수출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게임, 건강, 웰빙 등 신흥 분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힙킨스 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은 베이징 이외에 상하이, 톈진 등을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힙킨스 총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힙킨스 총리는 중국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파이브 아이즈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는가 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진핑=독재자'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중국의 정부 형태는 중국 국민의 문제"라고 말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해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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