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란 승자는 중재자 벨라루스 대통령…국제왕따 탙출 모색"

입력 2023-06-26 12:14   수정 2023-06-26 13:07

"러 반란 승자는 중재자 벨라루스 대통령…국제왕따 탙출 모색"
NYT, 전문가 인용 분석 "독재자 루카셴코만 승점 얻어"
"중재 성과 선전하며 이미지 변신 시도…푸틴과는 샴쌍둥이 같은 관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번 러시아 반란 사태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에 나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벨라루스의 독재자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서 양측 사이에 다리를 놓아 유혈사태를 막은 공을 세움으로써 '가장 의외의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1994년 처음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헌법까지 고쳐가며 6연임하면서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폭력 진압하는 등 폭압적인 행보로 악명이 높다.
그는 또한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도 러시아 편을 들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NYT는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이던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믿을 수 있는 중재자'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관영 언론들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 중재를 두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유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제시했다고 표현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인 24일 벨라루스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친정부 학자이자 선전가인 바짐 히힌 벨라루스 국립도서관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히힌 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회의적이었고 프리고진은 전화를 받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하지만 푸틴은 결국 (루카셴코의) 중재 제안에 동의했고, 프리고진도 루카셴코 대통령의 전화를 곧바로 받아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전직 벨라루스 외교관이자 싱크탱크 유럽대외관계협의회(ECFR)의 분석가인 파벨 슬루킨은 "푸틴은 자신의 시스템이 얼마나 약하고 쉽게 도전받을 수 있는지 드러냈고, 프리고진은 푸틴에 도전하고 공격했으나 철수하면서 패자처럼 보이게 됐다"며 "오직 루카셴코만 푸틴과 국제사회 앞에서 중재자이자 협상자, 보증인으로서 승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련해 중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한 직후에도 자국 남동부 도시 호멜에서 양측 대표단의 회담을 주선했으나 결렬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팔을 걷고 중재에 나선 것은 푸틴 대통령과의 '공생 관계'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가 29년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러시아의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20년 부정선거 논란으로 퇴출 위기를 맞았을 때도 푸틴 대통령이 값싼 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과 안보 지원을 제공하며 구원자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서 자국 내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러시아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섰다.
NYT는 이를 두고 루카셴코와 푸틴 모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전 벨라루스 외교관이자 현재 망명 중인 파벨 라투슈카는 루카셴코와 푸틴을 두고 "샴쌍둥이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라투슈카는 "그들은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몸은 하나이고 머리는 둘로, 한쪽의 몰락은 남은 한쪽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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