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복 미착용, 北 코로나 통제 가능 시사…봉쇄 고집할 이유 없어"
훈춘-원정리·난핑-무산 이어 북중 국경 개방 확대 임박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과 접경 지역인 북한 함경북도 원정리의 세관을 지키는 초소병이 이례적으로 방역복을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최근 나도는 북한의 대(對)중국 국경 개방·인적 왕래 재개 임박설과 관련해 중요한 변화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두만강 대교를 사이에 두고 중국 지린성 훈춘 통상 구역의 맞은편에 있는 북한 원정리 세관의 초소병이 방역복을 착용하지 않고 군복만 입은 채로 근무 중인 사진이 올라왔다.
또 이 초소병 뒤편의 원정리 세관 광장에 서 있는 세관 요원들로 추정되는 3∼4명도 방역복을 입지 않은 제복 차림으로 보인다.
이 사진 게시자는 "전날(25일) 찍은 사진"이라며 "원정리 세관에서 중대한 변화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간 원정리 세관의 초소병은 어떤 상황에서도 방역복을 벗은 적이 없었다"며 "(이들이) 방역복을 벗은 것은 원정리 통상 구역을 본격적으로 재개방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춘 통상 구역에서 두만강대교를 건너면 도착하는 원정리 세관은 중국 동북 지역과 북한의 나진·선봉을 오가는 관문이다.
앞서 2020년 1월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인적 왕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북한 내 물자난이 심화하자 북한은 작년 1월 단둥∼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이어 올해 1월 중국의 국경 봉쇄 해제를 계기로 훈춘∼원정리 화물 트럭 운행을 재개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지린성 난핑과 함경북도 무산 간 도로도 개통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는 하루 수 대의 화물트럭만 제한적으로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 교역거점인 단둥∼신의주를 비롯해 북중 접경지역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여전히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고 있다.
대북 무역상들 사이에서는 지난달부터 단둥∼신의주 화물트럭 운행 재개설이 꾸준히 돌았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와 관련, 북한이 여전히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국경 개방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달 동북 지역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의료 및 방역 자원이 부족한 북한이 국경 개방을 늦췄다는 얘기다.
북한이 작년 8월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신의주 등 북한 내부에서 발열 환자들이 계속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역시 국경 개방을 미루는 이유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초소병이 방역복을 벗은 것은 북한이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이 진정돼 유입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은 물론 북한 내부의 코로나19도 통제 가능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머잖아 국경 개방과 인적 왕래 재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중국과 북한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됐다면 북한으로서는 국경 봉쇄를 계속 고집할 이유나 명분이 사라진 것이어서 올해 하반기에는 대외 개방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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