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가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에 따라 정기적으로 선물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은 전날 열린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 화상으로 참여해 증언했다.
현재 영국 브라이턴에 머무는 밀천은 정기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의류와 시가, 샴페인, 보석류 등 선물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밀천은 네타냐후와 선물 종류를 논의할 때 셔츠 등 의류는 '유니폼', 시가는 '나뭇잎', 샴페인은 '장미' 등 은어로 표현했다고 진술했다.
밀천은 그러나 이 선물들은 네타냐후의 요청에 의한 것이지 (특정 행위에 대한 대가성) 요구사항은 아니었으며, 선물로 인해 조사받게 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엿새 동안 진행될 증인 신문을 통해 검찰 측은 선물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지위를 밀천의 이익을 확대하는 데 이용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자 한다.
앞서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 2019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3건의 비리 혐의로 기소했다.
약 20만달러 상당의 선물과 관련된 이번 재판에서 네타냐후는 밀천의 미국 비자 연장 및 세금 우대 입법을 위해 외교 채널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네타냐후는 최대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 한 혐의와, 통신업체 베제크 소유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왈라에 우호적 기사를 써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2020년 재판이 시작된 이후 검찰 측 증인 40여명이 법정에 출두했으나, 정작 네타냐후 총리는 한 번도 증언대에 선 적이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을 향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이는 일부 언론과 선입견을 가진 사법 시스템이 유도한 '마녀사냥'이라고 항변해왔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12월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사법 정비' 입법을 강행하는 배경의 하나로 부패 사건 재판을 꼽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검찰은 끝까지 재판을 진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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