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토머스 "좋은 차별도 차별"…라틴계 소토마요르 "다양성 우선"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이르면 27일(현지시간) 대학 입학 때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두 대법관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9명의 연방 대법관 가운데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흑인 남성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첫 라틴계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그 주인공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대법관이 되기까지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도가 상당한 역할을 했으나 보수 성향의 토마스 대법관은 제도 유지에 반대 입장을, 진보 성향의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찬성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ABC 방송 등이 26일 보도했다.
조지아주 출신인 토마스 대법관의 경우 홀리크로스 칼리지의 첫 흑인 학생 중 한 명이었으며 이후 1971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 후 로펌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로펌에미국서는 소수인종 배려로 로스쿨을 졸업한 것으로 보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토머스 대법관은 이후 자서전에서 밝혔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2007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예일대 로스쿨 졸업장도 백인이 갖고 있느냐 흑인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담뱃값에서 떼어낸 15센트 스티커를 졸업장에 붙여서 지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20년에는 "인종에 따라 시민들을 분리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 어디에 있는지 보여달라"고 반문하면서 "이 정책은 처음부터 허용돼선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좋은 차별과 나쁜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편안해졌는데 그것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2013년 텍사스대 관련 판결에서 "대학의 차별정책이 인종 때문에 입학이 거부된 백인과 아시아인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1976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내가 자란 동네는 미국에서 가난한 동네 중 한 곳이었다"면서 "어떤 것도 내가 이 자리에 오는 것을 막지 못했는데, 모든 것은 다 교육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 예일대에서 열린 소수인종 배려입학 정책 관련 토론에서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가 없었다면, 나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한 경쟁에 참여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그런 경쟁이 있는 것조차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미시간 대학 관련 판결에서 "대학은 자유롭게 다양성 목표를 우선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입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됐다. 연방대법원은 1978년 첫 판결 이후 가장 최근인 2016년까지 이 제도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우위로 재편되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보수 성향인 6명의 대법관은 지난해 10월 말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의 소송으로 진행된 심리에서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연방 대법원은 통상 6월 말~7월 초까지 업무를 진행한 뒤 휴정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소수인종 입학 정책에 대한 판결은 이르면 27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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