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가사노동 부담 가장 커…유년층은 소비·중장년층은 생산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여성의 청소·육아 등 집안일 부담이 노년층인 84세까지 계속된다는 통계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가사 노동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에서도 여성이 남성의 7배에 달하는 가사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통계청은 새로 개발된 국민시간이전계정(NTTA, National Time Transfer Accounts) 통계를 토대로 가사노동별 소비와 생산의 차액인 생애주기 적자를 연령 계층별로 분석했다.
가사노동 생산보다 소비가 크면 '적자' 상태가 된다. 본인이 집안일을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집안일의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소비보다 생산이 크면 '흑자'가 된다. 다른 사람 몫의 집안일까지 대신해주는, 가구 내 '가사 노동 담당자'로 볼 수 있다.
분석 결과 2019년 기준으로 유년층(0∼14세)은 131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집안일을 하지는 않고, 부모로부터 돌봄과 청소 등 가정관리를 받기만 한 영향이다.
노동 연령층(15∼64세)은 410조원을 생산하고 281조9천억원을 소비해 128조1천억원 흑자를 냈다. 가정관리와 돌보기, 참여 및 봉사활동 등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았다.
노년층(65세 이상)은 80조9천억원을 생산하고 77조4천억원을 소비해 3조5천억원 흑자였다.
유년층의 생애주기 적자는 노동 연령층에서 128조1천억원, 노년층에서 3조5천억원이 각각 순이전(유입)돼 충당됐다.
2019년 노동 연령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은 2014년 86.4%에서 83.5%로 2.9%포인트(p) 낮아졌다.
반면 노년층의 생산 비중은 13.6%에서 16.5%로 2.9%p 높아졌다.
인구 영향이 배제된 1인당 생애주기 적자는 0세에서 가장 높고(3천638만원),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26세에 흑자로 전환했다.
흑자 폭은 남녀 모두 38세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완만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남자는 31세부터 흑자를 기록하다 47세에 적자로 돌아선 반면 여자는 25세부터 흑자로 진입한 뒤 84세에야 적자 전환했다.
남자의 흑자 기간은 16년이었지만, 여자는 59년으로 남자보다 3.7배 많았다.
흑자 폭이 최고점인 38세 기준으로 남자의 흑자액은 259만원이었고, 여자는 1천848만원이었다. 가사 부담이 가장 큰 시기에도 여자가 남자보다 7.1배가량 집안일을 더 한다는 의미다.
NTTA 통계는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생산, 소비, 이전의 연령별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사노동의 소비와 생산의 차이로 발생하는 개인의 생애주기별 적자·흑자 분포와 이를 충당하는 자원의 재배분 흐름을 성별, 세대별로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은 "이번 통계 분석이 정부의 재정지출 및 육아 지원 등 저출산·고령화 대비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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