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직원채용→신입생 선발로 확산…백인·아시아계 '역차별' 비판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린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은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에 출발한 정책이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연방정부와 계약한 업체가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후임인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연방정부가 직원을 고용할 경우 인종과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에 차별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강화된 내용을 담아 행정명령을 내렸다.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흑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이 정책은 미국 원주민과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 인종을 비롯해 여성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또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등 다양한 기관에 도입됐다.
그러나 대학 입학이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소수인종 경쟁자에게 밀려나는 현실에 대한 백인 학생들의 불만도 확산했다.
또한 높은 교육열 때문에 성적이 좋은 아시아계 학생들은 소수 인종이면서도 입학 사정 시 역차별을 받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미국 대법원은 1978년 미국 대법원은 인종을 입학 사정 과정에서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한 뒤 2003년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1996년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주민투표 등을 통해 주헌법을 개정해 입학 사정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개별 주의 조치는 평등권 위반이자 차별이라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2014년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것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캘리포니아·미시간·플로리다·워싱턴·애리조나 등 자체적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한 주헌법도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헌법가치에 부합한다면서도 어퍼머티브 액션 금지의 합법성까지 인정한 대법원의 결정으로 어퍼머티브 액션 반대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2020년에는 연방정부까지 어퍼머티브 액션 반대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법무부는 예일대가 입학 사정에 인종을 광범위하게 활용한 것은 연방 민권법을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예일대에 대한 법무부의 소송은 취하됐지만, 결국 이날 대법원이 6대3으로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어퍼머티브 액션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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