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망자 늘어날듯"…중국 북부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 타격 우려
미국 남부 수주째 폭염…"열돔 현상 텍사스 넘어 7개 주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아시아와 유럽, 미국까지 세계 곳곳이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사망자까지 속출하면서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최근 인도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7도까지 올라갔으며 인도 보건당국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44명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사병으로 숨졌는지 파악하는데 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인도 기상청은 앞으로 며칠간 기온이 약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미래에 더 잦고 더 긴 폭염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인류 정착 연구소의 찬드니 싱 선임 연구원은 "수백만 명이 (폭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보건 시스템이 얼마나 준비돼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금세기 중반에는 생존 가능성의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이미 지난 4월 뉴델리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등 이른 폭염이 찾아와 농작물이 피해를 당하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인도는 기후 위기의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의 폭염은 인도의 3억1천만~4억8천만명 인구에 영향을 미쳐 2050년까지 야외 근로 능력이 1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도 지난주 기온이 섭씨 39도까지 치솟았다.
중국 북부에서도 폭염이 계속되면서 농업 생산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주 베이징과 톈진의 수은주는 섭씨 42도에 육박했고 허베이성과 산둥성 등 중국 북부의 다른 15개 기상 관측소에서도 기록적인 더위가 보고됐다.
중국 국가기상센터(NMC)는 이번 주에도 북부에 고온과 낮은 강수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폭염이 이 지역의 옥수수와 콩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폭염은 여름 옥수수를 적기에 심는 것을 방해하고, 해충으로 인한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북서쪽 신장 지역의 면화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중국 남부는 북부와 달리 폭우로 인해 쌀 생산량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올여름 농업 측면에서의 위험이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작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미국 중남부에서는 수주째 열돔 현상으로 수천만 명이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USA투데이와 더힐 등이 보도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현재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아칸소,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미시시피,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일부 지역에 폭염 주의보와 폭염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이들 지역에서 폭염의 영향을 받는 미국인은 4천500만명에 달한다.
전날 텍사스주 피닉스의 기온은 화씨 111도(섭씨 43.9도)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평년 기온보다 5도 높았다. 텍사스주의 델 리오와 러레이도의 기온은 각각 화씨 115도(섭씨 46.1도), 샌앤젤로는 화씨 114도(섭씨 45.6도)까지 올라갔다.
NWS는 미국 남부의 "숨이 막힐듯한 더위가 곧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더위는 텍사스와 멕시코 일부 지역에 형성된 열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열돔은 고기압 대기층이 고온의 공기 덩어리를 가두는 현상을 말하는데, 텍사스에 형성된 열돔으로 인한 열기가 북쪽과 남동부 지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보관들은 전망했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윌리엄 갤러스 대기과학 교수는 "열돔은 며칠에서 몇 주간 여러 개 주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아래에 있는 사람과 농작물, 동물은 정체된 뜨거운 공기로 인해 마치 오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염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사람들의 건강까지 위협하자 각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극단적인 기온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보건·기후변화 관측' 부처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올여름 평균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남부 지방의 최고기온이 섭씨 44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 방지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폭염이 임박했을 때 경고를 발령하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은 2003년 프랑스에서 폭염으로 인해 1만5천명이 사망한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있다며 "특히 고령층, 만성질환자, 임산부와 노숙자들의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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