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란 후폭풍에…전문가들 "中, 푸틴 정권 안정성 확신 못 하게 돼"
"중러 순망치한 관계…러 내부 불안은 '反美 동지' 가치 하락"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로 철옹성 같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통치체계에 균열이 드러나면서 푸틴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반(反)서방 연대'의 핵심 파트너로 여기면서 최근 수년간 밀착해 왔다.
양국의 유대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 더 끈끈해졌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교역을 오히려 늘렸으며,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용병 쿠데타로 푸틴 정권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게 되면서 시 주석으로서는 그를 계속 지지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지지가 변함이 없겠지만, 이번 반란을 계기로 시 주석이 푸틴 지지를 두고 '손익 계산서'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실용주의와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전자(실용주의)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시 주석은 푸틴을 계속 지원할지와 푸틴 정권의 수명 단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위험 회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를 안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처럼 푸틴을 지지할 경우 잠재적 후계자와의 관계를 망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용병 철수로 반란 사태가 일단락된 뒤인 25일에야 입장을 내는 등 신중하다 못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입장문에서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반란 사태는 "러시아의 내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국제관계학자 션딩리는 반란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러사이의 의존도는 높아지는 반면 중국은 "러시아에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중국은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미국 CNN 방송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은 푸틴 정권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우려해왔으며 이번 반란 사태가 그러한 두려움을 부각해 줬다고 분석했다.
CNN은 "러시아의 내부 갈등은 4천300㎞에 걸쳐 국경을 맞댄 중국 입장에서 위험일 수밖에 없으며 반미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유용성을 떨어뜨린다"며 "더 나쁘게는 보다 친 서방적이고 중국에 덜 우호적인 새로운 정권이 러시아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번 반란과 관련해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라는 표현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호주 국립대 정치학자인 성원티는 "중국에 있어 푸틴이 다스리는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유용한 완충 역할을 한다. '가치'를 앞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대에 더욱 그렇다"며 "중국은 러시아가 무너지면 자신이 그다음 순서가 될 수 있다는 도미노 효과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푸틴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강력한 지도자이자 오래 곁에 있을 파트너라는 (중국의) 서술과 배치된다"며 "푸틴의 통치가 불안정해지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수지 안 맞는 장사가 된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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