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군에 전투대비 명령…푸틴, 용병단 선택지 중 하나로 '벨라루스행' 제시
서방·우크라, '키이우서 90㎞' 벨라루스에서 바그너 재집결 가능성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모스크바 인근 200㎞까지 진격하며 무장반란을 벌였던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를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항공기 항적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4일 바그너그룹 용병단을 이끌고 러시아로 진격했던 프리고진은 이튿날인 25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추고 철수했다.
러시아는 국가 중대 위기였던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일단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전날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통상 업무를 재개했고, TV 연설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큰 유혈 사태 없이 마무리됐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든 바그너그룹 사태를 어떻게 정리하고 넘어갈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서방국가들이 내심 바라는 대로 적전분열을 일으켜 중대 위기를 초래한 프리고진을 푸틴 대통령이 어떻게 처분할지, 바그너그룹이 자신들의 수장에게 변함 없는 충성을 보이며 따를지 등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벨라루스로 향했다는 보도는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에 새 거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는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에게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고 했다. 벨라루스가 용병단이 택할 수있는 행선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자국군에 전면 전투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 이미 반란 사태로 인해 러시아 등 주변국의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이므로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조처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대거 벨라루스에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용병 세력이 자국에 들어오면 무장반란의 여진이 자국으로 옮겨올 우려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고, 바그너그룹이 자국을 거점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할 가능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벨라루스가 진격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벨라루스는 자국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어 왔지만, 바그너그룹이 촉발할 수 있는 군사·안보적 긴장 상황에 따라 사정이 어떻게 급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푸틴과 프리고진, 루카셴코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푸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바그너 용병들의 벨라루스 행을 허용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들이 벨라루스를 근거지로 재결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과 가까운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 등은 바그너그룹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거리는 90㎞에 불과하다.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과 연쇄적으로 통화하면서 러시아의 반란 사태 이후에도 공고한 안보 공조를 유지하자는 뜻을 확인하기도 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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