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첨단 공정 로드맵 공개
3나노 공정 양산 1년…경계현 사장 "알만한 모든 기업과 일해" 자신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공정의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으로 인공지능(AI)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TSMC 추격의 고삐를 죌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열고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 2025년 모바일용 중심으로 2나노 양산…TSMC에 '선전포고'
삼성전자는 특히 2나노 양산 계획과 성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2025년 모바일용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용, 2027년 오토모티브용 공정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1.4나노 공정은 계획대로 2027년 양산할 예정이다.
나노란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며 회로 선폭이 미세화될수록 더 좋은 성능을 내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2나노 공정은 3나노 공정 대비 성능이 12%, 전력효율이 25% 향상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삼성과 치열한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대만 언론은 TSMC가 2나노 공정 반도체 제품의 시범 생산 준비에 착수했으며, 올해 2나노 제품을 소량으로 시범 생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관련 일정이 예상보다 이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024년 시범 생산, 2025년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2나노와 관련한 구체적 로드맵을 TSMC보다 먼저 제시한 것은 미세공정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 3나노 공정 양산 1년…"5년 안에 기술로 업계 1위"
현재 양산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는 3나노 공정이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된다. 3나노를 양산 중인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지 1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나노 양산을 시작했다.
GAA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현재까지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경연에서 "GAA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고객사명을 언급할 수 없지만, 알 만한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또 "2나노 공정부터는 업계 1위도 GAA를 도입할 것"이라며 "5년 안에 기술로 업계 1위를 따라잡겠다"고 밝혔다.
초미세 공정은 파운드리 산업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12.9%씩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1%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3나노 이하 공정이 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24.4%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나노 이하 공정 매출은 연평균 65.3% 성장할 것으로 옴디아는 추정했다.
◇ 4천500개 이상 IP 확보…파운드리 고객사도 급증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고객의 효율적 제품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에도 노력 중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 50개 글로벌 IP 파트너와 4천500개 이상의 IP를 확보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연세대 강연에서 "최근 글로벌 파트너사와 '빅 딜'을 많이 했고, 투자를 많이 해서 IP를 많이 확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IP 확보 노력은 고객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수는 100곳 이상으로 2017년의 2.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8년에는 2017년 대비 5배 이상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출범 이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출범 5년 만인 지난해 매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향후 5개년 파운드리 수주 잔액이 전년(2021년) 매출의 8배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작년 4분기 42.7%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47.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업력, 사업 규모, 점유율은 업계 1위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력만큼은 삼성전자가 업계 1위의 유일한 대항마"라며 "삼성 파운드리의 도전정신은 국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업체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