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차량 판매는 제자리 수준…"코로나 거치며 빈부격차 확대"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부진한 가운데 올해 고급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공동부유'를 강조해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히려 빈부 격차가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가격 30만 위안(약 5천400만원) 이상 고급 차 판매량이 104만6천대로, 작년 동기 대비 35.1%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30만 위안 미만 중저가 차 판매는 658만7천대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저가 차 판매는 제자리 수준이었던 반면 고급 차 판매는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30만 위안 이상 고급 차의 판매량 비중은 13.9%로 확대됐다.
2020년 9.5%였던 것이 3년 만에 4.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차량 구매자 7명 중 1명꼴로 고급 차를 구매한 셈이다.
구매세를 면제해주는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의 경우 고급 차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5월까지 30만위안 이상 신에너지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21.8% 급증했다.
이 기간 판매된 104만6천대의 30만 위안 이상 고급 차 가운데 신에너지차는 33만 대로, 31.5%를 차지했다.
중국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자동차 보유량은 3억1천900만대였다.
작년 말 기준 중국 전체 인구 14억1천175만 명 가운데 22.6%만 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중국 인구 조사 연감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차 없는 가구는 2천여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58.2%에 달했다.
아울러 차량 보유 가정 가운데 20만 위안(약 3천600만원) 미만의 중저가 차량 보유 가정이 81.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30만 위안 이상 고급 차 보유 가정은 전체 차량 보유 가정의 8%에 불과했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래 빈부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배분에 무게를 두는 '공동부유'를 국정 기조로 삼아왔다.
그러나 지난 3년여간 반복된 코로나19 확산과 엄격한 방역 통제로 경제 사정이 악화하고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재정 여력이 없는 중산층 이하 가정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음에도 경제 회복이 더디고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어렵다는 데 고급 차 구매자가 100만명이 넘었다니 놀랍다"거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는 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부동산 침체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집값 때문에 내 집 장만을 포기한 젊은 층이 고급 차를 구매해 위안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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