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자·작가에게 '이란공격 계획안' 짚어가며 설명
CNN "'잘못된 기밀관리' 핵심적 증거 가운데 하나" 평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때 반출한 기밀문건을 일반에 유출한 단적인 정황이 녹음물을 통해 생생하게 공개됐다고 CNN방송, 가디언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가 입수한 녹음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기밀로 취급되는 미군의 이란 공격 계획안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던 마크 매도스의 비망록 발간을 준비하려고 찾아온 출판업자, 작가에게 "재미있지 않으냐"며 "극비이고 비밀정보라는 점만 아니면 내 말을 완전히 입증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기 이란을 공격하려고 해 마크 밀리 당시 합참의장이 크게 우려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녹음물에서 "이게 국방부이고 이게 그 사람(밀리 전 합참의장)"이라고 말해 기밀문건을 훑어가며 세부 내용을 해설하는 모습을 비쳤다.
그는 "긴 문건들이 있으니 이것 좀 보라"며 "군이 작성해서 나한테 준 것인데 기밀 해제를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못하니까 아직 비밀문건"이라고 위법성을 스스로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국방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하고 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등 혐의로 지난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CNN방송은 이번 녹음물에 등장하는 대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을 잘못 다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공공문건에서 기밀 범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공직자가 기밀 반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비교적 흔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당국은 반출된 기밀이 중대한 경우, 경위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 반출된 기밀을 의도적으로 유출하는 경우 등을 수사 대상으로 검토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소장에 비춰볼 때 세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친트럼프 신문이었던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자 "수치스러울 정도로 무책임하고 쪼잔하다"고 사설로 그를 비판한 바 있다.
뉴욕포스트는 "자존심을 채우려고 기밀을 유출했다"며 "손님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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