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리스크 어쩌나'…바그너 반란에 셈법 복잡해진 러 우방들

입력 2023-06-28 12:54   수정 2023-06-28 13:43

'푸틴 리스크 어쩌나'…바그너 반란에 셈법 복잡해진 러 우방들
"공개적으론 지지 표명, 뒤에선 위험대비 혼합전략"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권 유지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러시아 우방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교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이나 사업 파트너들이 당장 푸틴 대통령을 버리지는 않을 듯하지만, 러시아내 불안 심화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국가는 미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러시아의 정국이 불안해지거나 영향력이 약화할 경우 관계 유지가 오히려 자국에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이란과 카타르 등 러시아 우방국들이 프리고진 반란 이후 바로 푸틴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 "전혀 놀랍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황을 자극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안정 추구가 목적이라면 비공개 석상에서는 푸틴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후원국인 중국의 경우 이미 과거부터 '공개석상 지지, 비공개석상 의구심'이라는 혼합전략을 써온 사례로 거론된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바꾸기 위해 그동안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해 강화해왔다.
반란 사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외교부는 25일 대변인 입장을 내 "중국은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신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러시아가 국가의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무장 반란 직후인 24일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지 선언에 앞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비공개 석상에선 러시아에 대한 좌절감이 감지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대원칙을 제안하며 러시아와의 거리를 조금 벌린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미 정보기관의 중국 분석가였던 존 컬버는 "앞으로 이 같은 헤지와 신호 보내기가 더 많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약해진 러시아는 국제적인 고립만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 중동 국가에서도 공식 석상에선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비공식 석상에선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유사한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 중동 문제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그 대체자로 러시아를 주목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중동 내 입지를 넓혀왔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 지도자들이 무장 반란 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일제히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도 26일(현지시간)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조치"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공개 지지 표명 이면에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불협화음이 감춰져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그동안 감산에 협력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우디가 유가 부양 노력을 이어가는 동안 서방 제재에 쫓긴 러시아가 싸게 원유를 내다 팔면서 양국 사이가 틀어졌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마틴 인디크 석좌연구원은 "이제 그들(아랍 국가들)은 훨씬 더 신뢰할 수 없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러시아에 직면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를 원치 않아 왔던 나라다.
시리아 내 친이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러시아의 묵인이 중요한 터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압박하는 미국의 요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처럼 서방 제재를 받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 이란 내부에서조차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양국 관계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아프리카처럼 러시아가 바그너 그룹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역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말리의 경우 지난 2월 유엔 회원국들이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반대표를 던진 7개국에 포함될 정도로 친러시아 성향이 뚜렷했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말리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말리 반정부 무장세력에 맞서 싸워온 만큼 어느 편에 설지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이끌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컸다"며 "바그너 그룹이 없으면 푸틴으로서는 영향력 있어 보이는 능력까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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