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법원이 폭스바겐 배기가스조작 스캔들과 관련, 폭스바겐그룹 전 경영진에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했다.
다만, 집행유예 판결인 관계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계급차별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독일 뮌헨지방법원은 27일(현지시간) 루페르트 슈타들러 전 아우디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태만으로 인한 사기 혐의로 징역 1년9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는 이에 더해 벌금 110만 유로(약 16억원)를 내야 한다. 이날 선고는 2년반만에 내려졌다. 독일 최대 산업스캔들인 이 사건과 관련, 190명의 증인이 법정에서 증언했고, 슈타들러 전 CEO는 172번째 법정에 출두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늦어도 2016년 7월 아우디 디젤차량이 배기가스 조정장치가 허용임계치에 해당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아챘음에도 바로 차량 판매인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2018년 4월에야 차량 판매를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4천100만 유로(5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슈타들러는 앞서 지난달 법정에서 2015년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시 그룹 경영진으로서는 처음으로 잘못을 자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나는 더 주의 깊은 행동이 필요했다는 것을 자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들이 조작됐고, 이에 따라 구매자들이 피해를 본 데 대해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식했고, 이를 시인하고 수용했다"고 답변했다.
슈타들러 전 CEO는 포괄적인 자백을 하고,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약속받았다. 그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조작을 사주하지는 않았지만, 배기가스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2018년까지 이들 차량의 판매를 지속했다.
그는 수년간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기술자들이 그를 속였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지난 3월 말 슈타들러 전 CEO가 자백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젤스캔들은 폭스바겐그룹이 1천만여대가 넘는 디젤 차량에 대해 통상적인 운행 시에는 배기가스가 배출 기준치를 넘어서더라도, 검사 시에는 기준치를 하회하도록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폭스바겐그룹은 300억 유로(약 43조원)의 벌금을 냈고, 독일 자동차업계는 명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숙자는 860유로 때문에 감옥에 가는데 4천억 유로 이상의 피해를 내고도 집행유예를 받다니 이는 전형적인 계층차별적 판결이라고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논평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