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지난해 美블랙리스트에 올라
"더 이상 부품 조달 못해…장비 다시 구매할 수 있게 규정 마련해달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의 천난샹 회장은 29일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천 회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 콘퍼런스' 행사 개막식 연설에서 일부 국가의 지정학·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현재 격동의 시기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와 미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정부의 개입이 있고 많은 정치적 콘텐츠도 중간에 끼어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창업자 장중머우 전 회장이 지난 3월 반도체 분야의 세계화가 죽었다고 말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장 전 회장은 당시 타이베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 반도체의 성장 속도를 늦추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나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화가 죽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유 무역은 그 정도로 죽지는 않았지만,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대립 속 향후 5년간 반도체 공급망이 양극화로 치달을 것이며 세계화에 역행하면서 현대 세계의 동력인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하고 보편성(유비쿼티)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가 어디에나 있는 생활필수품이 된 것은 원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관련이 있는데, 미국으로 반도체 생산기지를 옮기게 되면 제조 원가가 대만에서보다 50% 더 비싸지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반도체 시장 성장 추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회장은 "우리의 산업은 그 자체로 경기순환적이며 각 종사자들은 그 사이클을 다루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고도의 불확실성은 정확히 세계화의 파괴 탓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혼돈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 반도체 산업이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천317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큰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YMTC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그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6년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된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희망으로 꼽히지만, 이러한 미국의 제재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천 회장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장비 공급업체들을 직접 향해 "YMTC는 합법적으로 구매해온 부품과 부분들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다"며 "부디 그 장비들을 다시 구매할 수 있는 공정한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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