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수능 이어 '제2 이권카르텔 표적' 되나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조승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배분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안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제출 법정기한을 넘기게 됐다.
29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30일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예정돼 있던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안' 심의가 연기됐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2조2 5항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내역을 6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알려야 하는데, 이번 연기로 시한을 지키는 게 불가능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R&D 국제협력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R&D 분배 문제를 개선하라는 지시가 지난해부터 있었는데도 과기정통부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해 일어난 일로 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사태와도 유사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살인적 사교육비 증가와 불공정한 수능 출제 경향을 개선하라는 뜻을 지속해 전달했는데도, 교육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주무 국장을 경질하는 등 경고했다고 최근 대통령실이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R&D 분배 문제도 이권 카르텔이 작용한 성격으로 규정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 분야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R&D 배분이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 자리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가 이번 예산 배분·조정안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으나 대통령실이 원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이 전날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선정과 관리실태를 들여다보겠다며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연구재단 등 11개 기관에 실지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연구관리기관 평과위원, 과제수행자 등 연구인력 집중도를 보고 평가위원과 과제 선정, 성과 평가와 관련해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감사 목적을 제시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수소 국가전략기술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R&D 예산안과 관련해 "다시 한번 잘 검토해보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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