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차 선호'에 덩치 커진 자동차…전장·전폭 증가세 뚜렷

입력 2023-06-29 17:19  

'큰차 선호'에 덩치 커진 자동차…전장·전폭 증가세 뚜렷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주차공간 좁은 국내 실정과 상반된 선택"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국내 등록된 승용차 중 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급의 차량 크기가 11년 전보다 커진 것으로 집계돼 한국인의 '큰 차 선호'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에 등록된 승용차 중 경형(경차)을 제외하고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모든 차급에서 전장은 2012년과 비교해 17∼150㎜, 전폭은 31∼92㎜ 각각 커졌다.
경차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세제혜택을 주는 규격이 정해져 있어 제조사가 차량 크기를 확대하는 데 제약이 있다.
국산 신차등록 순위 상위권 10개 모델에서는 상위 차급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2012년 신차등록 순위 1위는 준중형인 현대자동차 아반떼였고, 3위를 차지한 기아 모닝을 비롯해 쉐보레 스파크(6위), 기아 레이(8위) 등 경형 3개 차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준대형 이상 차급은 현대차 그랜저(준대형)뿐이었다.
반면 올해 1∼5월 국산 신차등록 순위를 보면 그랜저가 1위, 기아 카니발(대형)이 2위를 차지했고 제네시스 G80·현대차 팰리세이드·기아 K8(이상 준대형)도 10위권에 올랐다. 경형은 8위를 기록한 기아 레이 1개로 줄었다.
2012년 국산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전장은 4천343㎜, 전폭은 1천764.5㎜였다면, 2023년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전장은 4천735㎜, 전폭은 1천870㎜로, 각각 392㎜·105.5㎜씩 늘었다.
수입차는 상위권 차종의 차급 변화는 크지 않지만 차체가 커졌다는 점에서는 국산차와 같은 추세를 보였다.
2012년 수입차 신차등록 상위 10개 모델의 평균 전장은 4천682.5㎜, 전폭은 1천822㎜였으나, 올해 1∼5월 10위권 모델은 평균 전장 4천896.5㎜·전폭 1천894㎜로 각각 214㎜와 72㎜ 늘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구매자들이 주차 공간이 협소한 국내 실정과 상반된 선택을 하고 있다"며 "신차 구매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제조사도 '신차는 더 커져야 한다'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실내 공간 활용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큰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국내 사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소비자의 소비 성향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대형차를 선호하지 않게 하면 된다. 자동차 세제가 매우 강력한 홍콩처럼 우리나라도 소유한 차량이 클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해 자연스럽게 소형차를 지향하도록 해야 한다"며 "제조사가 작고 콤팩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차량을 출시하면 더욱 빠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win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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