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곳에 레드라인, 상황 위험…방송 중단밖에 선택지 없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민주 진영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 '시티즌 라디오'(民間電台)가 30일 18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
이날은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민주 활동가인 시티즌 라디오의 창킨싱 대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티즌 라디오는 방송 중단 외에 선택지가 없다"며 30일 방송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칭 대표는 "정치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모든 곳에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상황은 위험하며 프로그램에 출연 섭외를 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근 방송국의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며 8월까지만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처지라고 밝혔다. 다만 계좌 동결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산혁명과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014년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일어났고, 2019년에는 범죄인 송환법 반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펼쳐졌다.
이에 중국이 직접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 2020년 6월 30일 밤 전격 시행했다.
2005년 출범한 시티즌 라디오는 당국에 방송국 허가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방송을 해왔다.
그간 여러 민주 진영 인사들이 출연했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국가보안법 제정 후 투옥됐다.
시티즌 라디오의 창립 멤버인 렁쿽흥 전 입법회(의회) 의원도 구속 상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에는 정체불명의 남성 4명이 방망이와 망치를 들고 이 방송국에 난입해 유리문을 부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없다.
로이터는 "시티즌 라디오는 당국에 비판적인 강경한 토크쇼와 언론 자유 캠페인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올해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180개국 중 140위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전에는 73위였으나,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입장신문, 시티즌뉴스 등 많은 언론사가 문을 닫고 언론인들이 구속되면서 순위가 추락했다.
세드릭 알비아니 RSF 동아시아 지국장은 성명에서 "20년 가까이 시티즌 라디오는 홍콩의 독립 방송 지형에서 상징적인 기여를 해왔다"며 "이 방송국의 운영 중단은 미디어 다양성에서 대체할 수 없는 손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통신사무관리국판공실(OFCA)은 시티즌 라디오의 운영 중단이나 언론의 자유의 침식에 대한 질의에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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