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 건수 추월…계류중 500만원·운항중 1천만원 이하 벌금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하늘길이 열린 가운데 항공보안법상 금지된 항공기 내 흡연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적항공사 항공기 내에서 적발된 흡연 행위는 총 130건으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두 달마다 한 차례씩 기내 흡연 적발 건수를 각 항공사로부터 보고받아 취합해 집계한다. 5∼6월 통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넉 달간 발생한 기내 흡연은 코로나로 이동이 크게 줄었던 2020년(107건)과 2021년(49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항공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 적발된 222건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적발 건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8년(429건), 2019년(434건)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내 흡연은 항공사를 가리지 않고 올해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항공 항공기에서는 올해 1∼4월 51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91건의 절반을 이미 넘었다. 2020년(44건), 2021년(15건)보다 많은 수준이다. 2019년에는 154건이 적발된 바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A사의 항공기에서는 올해 1∼4월 7건이 발생해 2020년 한해 6건, 2021년 한해 4건보다 많았다. 지난해에는 11건, 2019년에는 39건이 각각 발생했다.
다른 LCC인 B사의 경우 올해 4월까지 3건의 기내 흡연이 적발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단 1건씩만 적발됐고, 지난해 9건, 2019년 13건이었다.
최근 기내 흡연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달 7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국적사 국제선 항공기에서 한 승객은 화장실에서 흡연하다 담배 냄새를 맡은 승무원에게 적발됐다. 이 승객은 담배를 한 번 흡입한 뒤 물에 젖은 휴지에 끄고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에는 한 국제선 항공편 탑승 과정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승객이 적발됐다. 기장은 이 승객을 내리게 하고 공항 경찰에 인계했다.
기내 흡연은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불법행위 가운데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다른 불법행위에 비해 경각심이 낮다.
기내 흡연은 단순히 다른 승객과 승무원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담배 연기는 공기 여과 장비를 마모시키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 가능성까지 있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계류 중인 항공기 내에서 흡연하면 500만원 이하,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흡연하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항공사들은 기내 흡연자를 예외 없이 경찰에 인계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실제로 기내 흡연자가 처벌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엄격한 법 적용과 객실승무원 흡연 단속 권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장인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법에는 분명 규정이 있으나 기내 흡연자에 대한 실제 처벌사례가 극히 드물어 재발이 빈번하다"며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승객이 기내에서 흡연한 것으로 의심되더라도 시치미를 떼면 승무원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승무원은 사법경찰직무법상 기내 범죄에 대해 경찰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교육하고, 승무원이 흡연을 적발할 경우 현장에서 범칙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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