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2천400여석 가득차
뒤셀도르프와 함부르크에서도 '다시보고 싶다' 문의 잇따라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가장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 알테 오퍼.
2천4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한국 최정상급 국악 공연단인 경기 시나위 오케스트라가 앙코르곡 아리랑과 신뱃놀이 연주를 마치자 일제히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시리아 망명자 출신인 마이크 요세프 프랑크푸르트 시장(사회민주당)은 아리랑 선율을 듣고 기립박수를 치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이지만 아는 곡같이 느껴졌다"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고경석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는 전했다.
주독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경기 시나위 오케스트라는 이날 원일 예술감독이 편곡한 경기지역 민속기악 합주곡 시나위를 시작으로, 소리꾼 하지아와 김민지가 이별가와 오봉산타령, 연평도 나나니, 정선아라리, 어랑타령, 돈돌라리 등 한국 민요를, 가수 강권순이 가곡 이수대엽을 선보였다.
이어 원일과 이석종, 박남언, 조상준, 박상득이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한 장구합주 궁궁락타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는 원일 감독이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디오니소스 로봇'이 무대에 올랐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광기와 자신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은 음악으로 다양한 타악기들과 한국의 전통악기, 컴퓨터로 만든 전자음향, 사람의 소리가 조합된 작품이다.
이날 공연을 본 헤르만과 에바 부부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판소리에 관심이 있어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공연에 오게 됐다"면서 "비트가 너무 멋져 흥분의 도가니에 빠질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공연을 찾은 브리타는 "흥미롭고 비일상적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며 "한국 민요는 멋졌는데 나머지 음악에는 일단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딸 야스민은 "언니가 한국학을 공부해 한국에 3개월 다녀왔고, 국악 공연도 본 적이 있는데, 오늘 공연은 매우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이제 정통 국악작품을 그대로 하기보다는 창작을 가미해 새롭게 하는 게 먹힌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앞으로도 국가별로 관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세계적인 수준의 국악공연단으로 올라서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 최정상급 국악공연단을 초청해 국악 고유의 아름다움과 이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독특한 창조적 정신을 독일 관객들에게 알리고자 했다"면서 "같이 공연을 본 주변 귀빈들이 다들 감동받았다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앞서 지난 23일 함부르크 음악·연극대학포룸,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트에서 독일 관객을 만났다. 관객들은 아리랑과 신뱃놀이 등 앙코르곡에 기립박수를 쳤고, 유튜브 등을 통해 다시볼 방법이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랐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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