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터널' 탈출할까…하반기 '수출 플러스'가 좌우

입력 2023-07-01 14:44  

'무역적자 터널' 탈출할까…하반기 '수출 플러스'가 좌우
16개월만에 무역흑자…수출 자체 개선보다 에너지값 하락 영향 커
하반기 수출 감소·무역적자 전망 여전…"반도체·대중수출 회복이 관건"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6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일단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3월부터 장장 12개월째 이어진 무역적자 흐름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이번 흑자는 수출 자체가 나아진 게 아니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결과여서 진정한 국면 전환은 주력 제품인 반도체 등 상품의 수출 회복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흑자는 반갑지만…"반도체 등 핵심 변수 동향 봐야"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무역수지가 11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상세 내용을 보면 6월 수출과 수입이 나란히 6.0%, 11.7% 감소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액이 가파르게 줄어 무역수지 흑자가 난 것이어서 강한 수출을 바탕으로 낸 흑자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석유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값 하락이 6월 수입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작년 6월 배럴당 113.27달러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74.99달러로 33.8% 떨어졌다. 이 덕분에 6월 원유를 비롯한 3대 에너지 가격 수입액은 99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7.3% 줄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액의 약 5분의 1가량이 석유·석탄·가스 등 3대 에너지 도입비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주력 제품 수출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작년부터 전체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된 대(對)중국 적자 해소도 아직은 미약하다며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중대 전환점이 찾아왔는지에 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흑자 전환이 기본적으로 부진한 수출이 회복돼 우리 수출에 긍정적 신호가 들어온 것이라기보다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수출 동향, 대중 수출 등 핵심 변수 동향을 고려해 상황을 신중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반도체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28% 감소했다. 수출 감소율이 연중 최악이었던 지난 4월(41%)보다는 개선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주력 제품인 메모리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D램 고정가는 작년 6월 3.35달러에서 올해 6월 1.36달러까지 떨어져 전체 반도체 수출액이 줄어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601억8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6% 감소했다. 이 기간 대중 반도체 수출은 40.3% 급감했다.

◇ 수출 최악 고비는 넘겼나…반도체 시황 개선 기대
주요 기관의 하반기 수출과 무역수지 전망도 아직 신중한 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수출이 3.1% 감소하고 12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보다 개선되겠지만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무역협회는 연간으로도 수출이 7.7% 감소한 가운데 무역수지는 295억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 5월 펴낸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9.1%, 10.2% 줄어 353억달러의 무역 적자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6월에도 수출이 감소했지만 월 수출 감소율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이 같은 개선 흐름이 이어진다면 가을께 '수출 플러스'가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지난 1월 16.4%에 달했던 월 수출 감소율은 6월 6.0%까지 내려왔다.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핵심 요인이던 반도체 시황 부진이 하반기 들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플러스 전환 기대감을 키우게 하는 부분이다.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작년 6월보다는 적지만 올해 6월 반도체 수출은 89억달러로 올해 들어서는 최대 규모다.
또한 중국의 자체 산업 경쟁력 제고, 한중 교역 구조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급감한 대중 수출 부진도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기는 듯한 분위기다.
대중 수출은 5월 106억달러에 이어 6월 105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2개월 연속으로 100억달러를 넘겼다. 6월 대중 수출 감소율도 19.0%로 연중 가장 낮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8월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시적으로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주춤할 수 있지만 이후 본격적 흑자 기조와 함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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