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군 파견 필요성 역설 9개월만…"아이티 잊어선 안 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간) 갱단의 잔혹한 폭력과 콜레라 유행 등으로 신음하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를 찾았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아이티 국민과의 완전한 연대를 표명하고 국제 사회가 아이티를 계속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왔다"며 "지금은 아이티를 잊을 때가 아니다"라고 썼다.
이번 방문은 그가 아이티에 국제군 파견 필요성을 피력한 지 9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은 보도했다.
3∼5일 이웃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정상회의 참석 전 아이티에 들른 것으로 알려진 구테흐스 총장은 아리엘 앙리 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과 면담할 전망이다.
최빈국 아이티는 최근 수년간 극도로 불안한 치안 상황 속에 갱단 간 분쟁에 따른 폭력 사태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등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갱단은 수주간 연료 터미널을 봉쇄해 악화일로에 있던 국가 경제를 나락 직전까지 몰고 간 데 이어 도심 거리를 활보하며 살인과 부녀자 납치, 성폭력을 일삼는 등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갱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민간인들도 흉포화 조짐을 보인다. 지난 4월 한 무리는 국가 치안 기능 약화를 틈타, 경찰관에 붙잡힌 갱단원을 끌어내 불태워 살해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잃었고, 입법부 역시 의원들 임기 종료로 해산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는 콜레라까지 번지면서 사망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달 28일까지 약 9개월 동안 3천350여명이 감염돼, 이 중 765명이 숨졌다.
구테흐스 총장은 아이티 사태 해결을 위한 급선무로 다국적 군대 배치를 포함한 치안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국가가 인도주의적 관점에 기반해 관련 논의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아직 실제 파병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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