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아이스크림값 인하 촉구…"담합 적발에도 짧은 주기로 인상 단행"
롯데웰푸드·빙그레 "가격인하 아직 검토 안해"
라면·과자·빵은 잇따라 가격 인하…7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눈총'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최근 라면과 과자, 빵 등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품 가격이 잇따라 인하돼 소비자단체들은 아이스크림도 가격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빙과 업체들이 가격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라도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빙과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더 이상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3일 빙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280360]는 7월부터 스크류바, 돼지바, 수박바 등 아이스크림 제품의 편의점 공급가를 25% 인상했다.
당초 지난 4월 편의점에 공급되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한 차례 인상 일정을 연기했고 이번에 반영한 것이다.
이는 최근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의 라면 업체와 해태제과, SPC 등 제과·제빵 업체들이 가격을 잇따라 인하한 상황에서 단행한 가격 인상이어서 눈에 띄었다.
심지어 롯데웰푸드의 가격 인상으로 커진 소비자 부담을 편의점들이 일정 부분의 이윤을 포기하고 떠안기로 해 더욱 주목됐다. 편의점 G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은 소비자 판매 가격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4월에 편의점 공급가를 인상해야 했지만 정부 시책에 호응해 연기했다가 이번에 지각 합류했다"며 "다른 업체들은 이미 연초에 편의점 공급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빙과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4월 스크류바와 죠스바 등의 가격을 올렸고 월드콘, 설레임의 편의점 판매 가격도 인상했다. 올해 2월에도 스크류바와 돼지바, 수박바 등의 할인점과 일반슈퍼 공급가를 올렸다.
빙그레와 빙그레의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도 지난해 투게더와 메로나, 붕어싸만코, 빵또아, 부라보콘, 폴라포 등의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 2월 다시 가격을 올렸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롯데웰푸드에 앞서 편의점 공급가도 올렸다.
빙과 업체들은 제조 원가 상승이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져 경영 압박이 심각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라면, 과자, 빵처럼 아이스크림도 소비자가 일상에서 부담 없이 구매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식품이기 때문에 식품 기업들이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실제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빙과 업체들은 작년 약 4년간의 가격 담합이 적발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 인상을 짧은 주기로 계속 단행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며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하는 차원에서라도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등의 빙과 업체가 2016년 2월∼2019년 10월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합의했다는 담합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350억4천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빙그레, 롯데푸드,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4개 업체 임원 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고 빙그레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아직 아이스크림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빙과 업체들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라면과 과자, 빵 등의 가격 인하로 인해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1.9%에 그치고 2분기 실적 또한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이스크림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없고 오히려 '반값 아이스크림' 행사 등으로 까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도 "아직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아이스크림의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이라 인하를 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내리려면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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