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이 러시아 스파이 온상 된 이유는

입력 2023-07-03 11:27  

지구 반대편 브라질이 러시아 스파이 온상 된 이유는
WSJ 보도…"출생증명서로 신분 세탁, 서방 침투 루트 악용"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노르웨이 당국은 지난해 10월 브라질인으로 위장해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러시아인 미하일 미쿠신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호세 아시스 기아마리아란 브라질인으로 행세한 미쿠신은 러시아의 비밀 정보요원으로 드러났다.
미쿠신의 브라질 신분증은 브라질 중부 고이아스주에 있는 인구 약 3만명의 소도시 파드르 베르나르두에서 허위로 발급된 출생증명서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이 서방권 침투를 노리는 러시아 비밀 정보요원들의 온상으로 이용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면서 관련국들이 브라질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요원들은 브라질에서 불법으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이를 이용해 브라질인 신분증과 다른 서류들을 만들어 서방으로 침투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브라질에선 출생 기록만 있으면 이를 근거로 신분증과 여권 등을 쉽게 만들 수 있어, 러시아 요원들이 이 같은 문서 보안상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조된 브라질 신분증을 사용한 다른 러시아인 세르게이 체르카소프는 허위 문서 사용과 스파이 혐의로 브라질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체르카소프는 1989년 4월 출생한 빅토르 뮐러 페레이라라는 브라질인 이름으로 출생증명서를 부정하게 발급받아 이 증명서를 이용해 다른 허위 신분증을 만든 뒤 수년 동안 브라질에서 이중생활을 했다.
체르카소프는 가짜 신분증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브라질 여성에게 고작 400달러(약 52만원)짜리 목걸이 하나를 선물한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해 4월 인턴 신분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잠입을 시도한 그를 체포해 브라질에 넘겼다.
미 당국은 체르카소프가 이전에 브라질인 신분으로 자국에 불법 입국해 워싱턴 D.C.의 대학원 과정에 다니면서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하고, 그의 인도를 브라질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도 체르카소프가 마약 밀매자라면서 범죄인 인도를 요구하고 있어 브라질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과 브라질 당국은 러시아가 체르카소프를 자국으로 데려가려고 마약 밀매 혐의를 허위로 내세운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체르카소프는 러시아 측이 제기한 혐의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인 신분으로 수년간 살았던 세 번째 러시아 스파이 용의자는 실종 상태라고 WSJ는 소개했다.
현지에서 3D 인쇄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지난해 말 해외여행 중 갑자기 사라져 친구들이 행방을 찾기 위해 SNS 캠페인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지난 3월 그리스 정보 당국이 실종 남성을 시미례프라는 성을 가진 러시아 정보요원이라고 확인하면서 종결됐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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