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금융지원에 은행 경영·영업관행 개선 성과
'라덕연 사태' 미온적 대응에 공개 활동 적다는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오는 1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4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김주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해 6월 7일 금융위원장에 내정됐지만 임명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한 달이 지나서야 취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금융시장 안정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국내 금융 시장 또한 곳곳에 불안 요인이 산재했기 때문이다.
외유내강형인 김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물밑에서 빈틈없는 업무 처리를 하면서 지난 1년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격한 국내 금리 인상에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그해 11월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연기 사태 등이 겹치며 제2의 금융위기 불안감이 엄습하자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등을 투입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PF 대주단'까지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은 흥국생명 사태도 조율해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인 취약층의 보호를 위한 정책도 비교적 충실히 이행했다.
지난해 8월에 125조원 규모의 금융 부문 민생 안정 과제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80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대출, 채무 조정 등 맞춤형 지원과 개인 대출자를 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주택담보대출 안심전환 대출 45조원 등의 지원 패키지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정책을 이어갔다. 만기 연장은 자율 협약으로 전환 후 최대 3년간 만기 연장을 추가 지원하고 상환 유예는 오는 9월까지 추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도 지난해 10월 출범해 상환 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차주별 상황에 따라 금리 등을 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대환대출에 이어 지난달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한 점도 평가받을만하다.
아울러 은행들의 금융사고 등 도덕적 해이와 독과점을 막기 위해 개선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임원별 책무를 명시하고 은행권 고정금리 목표 비중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등 금융권 혁신도 시도했다.
이런 성과에도 김주현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잘 보이지 않고 물밑 행보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겉 포장보다는 내실을 추구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철학이지만 적극적인 대외 활동으로 금융권 다잡기에 나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조를 이루면서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다소 영향력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라덕연 사태' 당시 금융위원회가 관련 제보를 제일 먼저 받고도 적시에 대처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김 위원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지난 1년간 합리적이면서 온화한 성격의 금융위원장과 젊고 활동적인 금감원장이 비교적 조화를 잘 이루면서 불안했던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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