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 "2차전지·자동차·방산 등 신용도 여건 개선"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홍유담 기자 =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 저하에도 미·중 갈등과 그에 따른 산업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상향 조정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사들은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실적 저하가 지속된 업종들이 있어 하향 조정이 소폭 우세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3일 상반기 기업 신용평가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산업재편 과정에서 업황이 우호적인 산업과 그 산업에 소속된 기업의 수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수출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약세에 따른 국내 경제의 성장 저하에도 전체적으로 신용등급은 상향 조정이 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이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부여한 비금융 부문 기업 가운데 장·단기등급 기준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간 기업과 강등된 기업은 각각 9곳으로 동일했다.
가령 기아[000270](AA→AA+), OCI[456040](A→A+), 에코프로비엠[247540](BBB+→A-) 등의 등급은 올랐고 LG디스플레이[034220](A+→A), 롯데케미칼[011170](AA+→AA), 태영건설[009410](A→A-) 등은 떨어졌다.
아울러 향후 중장기적인 신용등급 조정 방향성을 뜻하는 등급 전망 및 등급 감시의 경우 상향 조정된 기업 수는 27개로, 하향 조정된 기업(12개)보다 많았다.
나신평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며 2차전지, 태양광, 건설기계 산업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운송 수요가 증가한 점은 국내 조선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나신평은 "러시아 제품의 서방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종합상사와 강관 산업, 그리고 동유럽 및 대만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수주가 확대된 국내 방산기업이 긍정적 영향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여행과 야외활동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며 항공·영화관·호텔·의류산업의 신용도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석유화학, 건설, 철강 등은 상반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졌다.
나신평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하락과 수출 감소, 내수 회복 부진으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산업이 불리했다"며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기업과 내구재 수요 둔화와 중국기업 공급 확대로 수급이 불리해진 디스플레이 산업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밖에 금리 상승 부담과 저금리 기간 확대된 공급으로 수급 부담이 발생한 건설업, 미·중 갈등으로 중국 공장 활용에 제한이 생기고 미국 투자 부담이 커진 반도체 산업도 부정적 영향을 입었다고 나신평은 평가했다.
금융업종의 경우 장기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3곳으로 하향된 기업(2곳)보다 많았으나 단기등급은 상향 1곳, 하향 2곳이었다.
등급 전망으로 보면 하향이 2곳 발생했고 상향된 곳은 없었다.
특히 롯데그룹의 계열 간 지원 능력이 저하하면서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의 장·단기 신용등급이 모두 강등됐다.
이들 두 기업의 장기 신용등급은 모두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단기 신용등급은 A1에서 A2+로 떨어졌다.
아울러 지난달 말 기준 금융업종의 등급 전망은 '긍정적'이 2건, '부정적'이 4건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긍정적' 6건, '부정적' 5건으로 긍정적 전망이 우위였던 것에서 전환된 것으로,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대출 채권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어 비슷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종의 하반기 신용도 방향성은 안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이 병존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나신평은 "은행과 생명보험, 손해보험, 신용카드 등 4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이라며 "거시경제 환경이 여전히 비우호적이지만, 우수한 대응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과 할부 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은 부정적"이라며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한계 차주가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소득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부채가 증가한 후 금리가 상승할 때 시작되는 전형적인 '부채의 역습'"이라며 "금융업종은 호황기에 선제적으로 적립한 대손충당금과 대주주의 추가 유상증자로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응하고 있는데, 거세지는 부채의 역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나신평은 "통화 정책의 변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 여부, 자산건전성 저하 정도가 금융권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며 "업권 대비 수익성이나 재무안정성 변동 폭이 큰 금융사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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