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이 희망" 요행 심리 확산에 복권 판매 50%↑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취업난이 역대 최악인 중국에서 명문대 의과대학 출신의 박사가 고등학교 보건담당 직원으로 취업했다.
3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푸단대 부속 고등학교는 최근 보건요원 공모를 통해 상하이교통대 의과대학 박사를 채용했다.
이 학교 보건요원은 보건 및 전염병 예방 업무와 학생들의 건강 상태 파악, 교직원과 학생들의 건강 기록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학교 측은 "상하이교통대 의대 임상학과 박사인 루모 씨를 채용키로 했으며 곧 공고할 것"이라며 "이번 보건 요원 채용에는 적잖은 현직 의료 분야 종사자들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관련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SNS)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된 가운데 누리꾼들은 "명문대 의과대학 박사 과정까지 밟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고교 보건요원이라니 취업 문이 얼마나 좁은지 실감 난다"거나 "바늘구멍 취업난에 그나마 일자리를 찾았으니 행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산둥대는 최근 학생 기숙사 관리센터 직원 두 명을 하얼빈 공대 석사생과 호주 애들레이드 석사생으로 뽑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얼빈 공대는 중국 이공계 대학 가운데 최고 명문을 꼽히고, 애들레이드대는 호주의 국립 명문대다.
중국석유천연가스(페트로차이나)가 지난달 행정직원 1명을 모집하자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는 물론 영국 왕립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 각국의 명문대 석·박사생 224명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봉쇄에 따른 경제 타격으로 많은 민간 기업이 도산하거나 경영난을 겪고, 방역 완화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심화한 역대 최악의 취업난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 층 사이에 '한탕'을 노리는 요행 심리가 확산하면서 올해 중국의 복권 판매가 급증했다.
중국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5월 복권 판매액은 500억2천100만위안(약 9조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52.7% 증가했다.
전달인 4월 판매액(503억2천600만위안)은 전년 동월보다 62% 급증하기도 했다.
올해 1∼5월 누적 복권 판매액은 2천251억7천100만위안(약 40조6천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스포츠복권이 1천533억9천만위안(약 27조7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7% 급증하며 전체 복권 판매액의 68%를 차지했다.
결과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한 번에 여러 경기에 배팅할 수 있는 중독성 때문에 젊은이들이 스포츠 복권에 몰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복권이 유일한 희망이 됐다"고 자조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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