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갱년기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폐경으로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서 나타나는 안면홍조, 야한증 같은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같은 합성 호르몬을 대체 투여하는 것이다.
덴마크 릭스 왕립 대학병원(Rigshospitalet) 치매연구센터의 넬산 포우르하디 박사 연구팀은 호르몬 대체요법이 시작 연령과 상관없이 치매 위험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와 헬스데이 뉴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치매 여성 5천589명(50∼60세)과 치매 병력이 없고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면 안 될 이유가 없는 50∼60대의 일반 여성 5만5천890명(대조군)의 의료기록(2000∼2018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치매 환자들의 치매 진단 연령은 평균 70세였다.
연구 대상자들이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요법을 시작한 나이는 평균 53세였고 호르몬 투여 기간은 치매 그룹이 평균 3.8년, 대조군이 3.6년이었다.
전체적으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복합 호르몬 요법을 사용한 여성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률이 호르몬 대체 요법을 사용한 일이 없는 여성보다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55세가 되기 전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한 여성도 치매 위험이 높았다.
다만 55세 이전에 짧은 기간 동안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치매 위험과 무관하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 사용 기간이 길수록 치매 위험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테면 호르몬 투여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치매 위험이 21%, 8∼12년이면 39%, 12년 이상이면 7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 호르몬을 계속해서 매일 투여한 여성이나 주기적으로(매달 10∼14일) 투여한 여성이나 치매 위험이 높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프로게스틴만 경구 투여하거나 에스트로겐을 질 좌약으로 투여한 경우는 치매 위험과 연관이 없었다.
이 결과는 교육 수준, 소득 수준,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 관련 변수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만 연구 대상이 된 치매 환자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인지 혈관성 치매 같은 다른 유형의 치매 환자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에스트로겐은 뇌를 보호하는 동시에 손상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확실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이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치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생물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호르몬 대체요법 자체가 치매와 직접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폐경 증상이 심한 여성이 치매 위험이 높은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오래 사용할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이 호르몬 대체요법과 치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또 이러한 관찰 연구 결과는 호르몬 대체요법과 치매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눈 임상시험만이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북미 폐경 학회(NAMS)가 2022년 발표한 관련 지침은 60세 이전에 또는 폐경 시작 10년 이내에 안면홍조를 겪는 여성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득이 실보다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 대체요법에 관심이 있는 폐경 여성은 의사와 호르몬 치료의 득과 실을 상의하도록 연구팀은 권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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