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종교별로 적용되는 다양한 민법체계를 공통의 단일 민법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또다시 하고 나서 야권과 비힌두교도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에선 현재 14억명의 인구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힌두교 신도와 2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소수인 기독교 신도 등이 각기 민법과 관습에 따라 결혼과 상속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 식민지배 당시에도 공통 민법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이 없었고, 1947년 독립 이후에도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4년부터 집권해온 인도국민당(BJP) 정부는 두차례의 앞선 총선에서 공통 민법 도입 약속을 했으나 아직 이행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통 민법 도입 의견 수렴을 위한 '법위원회'(The Law Commission)를 구성, 지난달 가동에 들어갔다.
법위원회에 통고로 3일(현지시간) 연방상원의 관련 상임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와 스페인 뉴스통신 EFE가 보도했다. 공통 민법 도입 재시도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BJP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힌두 극우단체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바크 상'(RSS)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RSS는 수십년 동안 공통 민법 제정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이번 회의 이전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슬림 정당 '전인도 마즐리스-에-이테하둘 무슬리멘'(AIMIM)의 아사두딩 오와이시 총재는 지난주 "인도 총리가 현재 공통 민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당신은 공통 민법이란 이름으로 (인도의) 다원주의와 다양성을 강탈하려는가"라고 반문했다.
오와이시 총재는 정부가 힌두교 신도를 위한 '힌두 민법'을 이행하길 원한다고 비난하면서 "(그들은) 모든 이슬람 (민법) 관습을 불법으로 다룰 것이고 총리는 힌두 관습을 법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동북부 메갈라야주 주총리로 BJP와 연합해 주정부를 이끄는 '국가인민당'(NPP) 소속 콘라드 상마도 지난 1일 취재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마 주총리는 "공통 민법은 인도 자체의 이상에 반한다"면서 "우리(메갈라야 주민)는 모계사회이고 그것이 우리의 힘과 문화로 기능해왔다. 모계사회는 변할 수 없고 전체 북동부 지역은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이 시점에서 공통 민법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지난달 피력했다. 이런 입장은 2018년 당시 '법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발표한 보고서에도 들어있다.
일각에서는 앞선 두차례 총선에서 승리한 BJP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논쟁적인 공통 민법 도입 문제를 띄워 힌두교 신도 표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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