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보조 송전선 재연결"…교전 격화에 안전 위험 지속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돼온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보조 송전선이 4개월 만에 복구됐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IAEA는 그러나 원전 주변에서 계속되는 교전으로 원전 안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IAEA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4개월 만에 자포리자 원전이 유일한 보조 송전선에 다시 연결됐다"면서 "330kV (보조)송전선 재연결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IAEA는 "최근 몇개월 동안 자포리자 원전이 원자로 냉각과 다른 안전 확보 기능에 필수적인 외부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750kV 주 송전선 하나에만 의존해 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 자포리자 원전에는 750kV 주송전선 4개와 330kV 보조 송전선 6개가 연결돼 있었지만, 전쟁으로 모두 파괴되고 지난 3월 이후엔 750kV 주 송전선 하나만 가동돼 왔다.
6개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330kV 보조 송전선 1개는 3월 1일 끊겼다가 지난 1일 다시 원전에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IAEA는 "보조 송전선 재연결이 긍정적 요소이긴 하지만, 외부 전력 공급 상황은 지속되는 분쟁으로 여전히 아주 불안정하다"며 "이는 불확실한 핵 안전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자체 전문가들을 파견해 안전 상황을 감시해 오고 있다.
단일 원전으론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의 6개 원자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의 교전 격화로 지난해 9월 이후 모두 가동이 중단됐으나, 원자로와 사용 후 핵연료 냉각 등을 위해 외부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원전 내 냉각 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과 방사성 물질 유출이란 최악의 핵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원전에 대한 외부 전력 공급은 7차례나 끊겼으며, 그때마다 비상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는 위기가 초래됐었다. 전력 공급 문제 외에 지난달 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폭파·붕괴 사고도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위험을 키웠다.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에서 공급되는 인근 저수지 물을 원자로 및 사용 후 핵연료 냉각수로 사용해왔는데, 댐 붕괴로 저수지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고의로 원전을 파괴할 가능성까지 거론돼 원전 안전 우려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지난 2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 6기 가운데 4기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원전 냉각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주변에도 지뢰를 매설했다고 주장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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