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대선 승리 행사 비판에 "성직자들, 때론 기득권에 더 공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야당과 언론 등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을 향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강경한 기조를 견지하는 멕시코 대통령이 가톨릭 주교의 비난 목소리에도 공격적인 어조로 맞대응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치른 자신의 대통령선거 승리 5주년 행사에 곱지 않은 반응을 보인 가톨릭 주교를 겨냥, "고위 성직자는 때론 기득권층이나 부자에 더 많이 공감한다"며 "항상 가난한 이들 곁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와 반대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주말(1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0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2018년 대선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를 지지자와 함께 열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 지지세를 다지는 정치 집회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서부 미초아칸주 아파칭간 교구의 크리스토발 아센시오 가르시아 주교는 이튿날 미사에서 "치안이 불안한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통령은) 집권 축하가 아니라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며 "국가 애도의 날로 보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비난했다.
가르시아 주교는 특히 자신의 교구에서 최근 발생한 미초아칸 자경단 전 수장 이폴리토 모라의 살인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역 카르텔에 맞서기 위해 2013년에 민간 보호단체를 조직했던 모라는 지난달 29일 갱단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살해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성직자들을 비판하면서도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있다"면서 "나는 교회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존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르시아 주교 의견에 동조하며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게 적절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한 기자 질의에 "당신들의 언론사는 완전히 반동적이며 (평소) 부패한 자들을 변호해 왔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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