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 내달 입주 앞두고 15일부터 입주예정자 사전점검
원베일리 초기 시세, 아리팍 시세 90% 수준…아리팍 추월 주목
반포 다음은 압구정, 한강변 재건축 줄이어…최고가 다투는 '그들만의 리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동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현재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반포 일대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을 거쳐 속속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편리한 교통·편의시설과 학군, 한강 조망권 등을 앞세워 최고 부촌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고가 일반 아파트 단지는 국내 최초로 3.3㎡당 1억원 시대를 연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다.
다음 달이면 이 아파트의 가격에 맞설 경쟁 단지가 주인을 맞는다. 한강을 앞에 두고 나란히 들어선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다.
반포의 '대장주' 자리를 과연 어떤 아파트가 차지할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반포 대장주, '래미안퍼스티지'에서 2016년 이후 '아리팍'으로
2010년대 반포동의 대장주 아파트는 2009년에 입주한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였다.
반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퍼스티지는 반포대교를 중심으로 강남·북을 오가는 도로망, 지하철 역세권, 잠원초교가 단지 안에 있는 '초품아'(단지 내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강남 신세계백화점 '슬세권'(슬리퍼 등 편안한 차림으로 이용가능한 주거권역) 등의 장점을 앞세워 역시 같은 해 입주한 '반포자이'를 제치고 이 지역 최고가 단지에 등극했다.
래미안퍼스티지의 아성을 깬 것은 그로부터 7년 뒤 2016년 입주한 아크로리버파크(이하 '아리팍')다.
신반포1차 재건축 단지인 이 아파트는 총 1천612가구로, 단지 규모는 래미안퍼스티지(2천444가구)보다 작지만,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최고급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 새 아파트라는 점에 입주 후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분양 당시에 3.3㎡당 일반 분양가 5천만원(전용 112㎡ 기준) 시대를 열며 화제를 모으더니, 2018년 실거래가로 '3.3㎡당(평당) 1억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연 단지도 이 아리팍이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반포 아리팍의 3.3㎡당 가격은 1억1천150만원으로, 서울에서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초고가 빌라형 주거 단지를 제외한 일반 아파트 중에서 가장 비싸다.
서울에서 동별 기준 3.3㎡당 가격은 강남구 압구정동이 9천811만원으로 1위, 반포동이 9천727만원으로 2위지만,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를 빼면 반포동이 3.3㎡당 8천899만원으로 가장 높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016년 입주 초기에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고전했고, 일부 자전거래 등 시세 띄우기 의혹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내 최고가 아파트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부자들의 현금다발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값이 정점에 달한 지난해 1월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5㎡의 실거래가는 46억6천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3.3㎡당 1억3천7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현재 이 주택형의 시세는 37억∼38억원 선으로 내려왔으나, 반포 일대 일반 아파트 가운데 여전히 가장 높은 금액이다.
입주 15년 차를 맞아 '구축'에 들어간 래미안퍼스티지의 동일 주택형(35억원 선)보다도 2억∼3억원 높다.
그러나 조만간 최고가 단지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 바로 다음 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때문이다.
◇ 내달 입주 '원베일리', 전용 84㎡ 전세 13억∼14억원…추가 하락 예상
반포 신반포 3차·23차, 경남아파트, 우정에쉐르 1·2차 통합 재건축으로 지어진 래미안 원베일리는 한강 변을 끼고 아리팍과 나란히 이어져 있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전용 46∼234㎡ 총 2천990가구로 건설됐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물론 2021년 2월 도입됐던 실거주 의무까지 피해간 행운의 단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2021년 분양 당시 일반 분양가가 3.3㎡당 약 5천668만원에 책정되며 역대 최고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현재 공사 마무리가 한창인 원베일리는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입주예정자 사전점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주 준비에 착수한다.
전세와 매매 거래는 이미 시작됐다.
반포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원베일리 전세는 전용 84㎡ 기준 13억원짜리 급매가 소진되며 13억5천만∼14억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동일 주택형 매매가는 층·향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한강 조망 세대를 제외하면 대체로 호가가 36억∼37억원 선이다.
이에 비해 현재 동일 주택형 아리팍의 전셋값은 15억∼16억원 선, 매매가격은 37억∼38억원 선(한강조망권 제외)이다.
원베일리의 경우 입주를 앞두고 매물이 증가하면서 아리팍의 대략 90% 선에서 시세가 출발한 셈이다.
일단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내달 입주가 시작되면서 원베일리의 매매, 전셋값은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잔금 마련을 위해 집주인들이 내놓는 전세나 매매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통상 입주가 시작되고 2∼3개월은 잔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이 내놓는 급전세·급매물이 많아 거래 초기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특히 잔금 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소득이 적은 은퇴자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세와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업계 "원베일리 '대장주' 가능성"…반포 주공1·압구정도 속속 재건축
부동산 업계에선 원베일리의 등장으로 반포의 대장주가 아리팍에서 원베일리로 이동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현지에선 같은 한강 변 아파트이지만 원베일리의 단지 규모가 크고, 새 아파트인 만큼 이번 '입주 쓰나미'만 해소되면 원베일리가 아리팍을 제치고 반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반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원베일리는 대단지여서 주민 커뮤니티 시설의 규모가 아리팍보다 크고, 지상에 위치해 이용하기도 편리하다"며 "백화점 등 편의시설 등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 아리팍의 전신인 신반포1차보다는 원베일리의 전신인 경남 아파트가 이 지역 시세를 견인했었다"며 "원베일리가 입지 선호도 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원베일리의 통학구역인 잠원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로 원베일리 입주자 초등자녀의 일부가 반포대로를 건너 잠원동의 반원초등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퍼스티지의 시세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잠원초교를 끼고 있기 때문인데, 반원초교로 통학할 경우 자녀의 교통안전 등이 우려될 것"이라며 "학군은 당장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포의 대장주 자리 경쟁은 아리팍과 원베일리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경쟁 단지인 반포 주공 1단지(1·2·4주구) 재건축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가 내년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반포지구 끝자락이긴 하지만 아리팍 바로 옆에 지어져 한강 조망이 가능하며, 전체 가구 수가 5천2가구에 달해 단지 규모 면에서는 아리팍이나 원베일리를 압도한다.
한강 변 최고가 아파트 경쟁은 앞으로 인근 강남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역시 한강 변에 있는 강남구 압구정지구 특별계획구역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 조합들은 최근 앞다퉈 약 50∼75층 높이의 초고층, 최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며 수백억원짜리 설계 공모에 돌입했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압구정동은 반포의 재건축 단지가 입주하기 전까지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대표 부촌이었다"며 "현대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압구정동과 반포동의 최고가 다툼이 예상되지만, 일반 서민들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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