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합성 인슐린을 비강으로 투여하면 치매와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의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중독·정신건강 센터의 샐리 우 교수 연구팀이 건강한 사람, 치매, 경도인지장애(MCI), 정신장애, 대사질환 환자 총 1천726명이 대상이 된 29편의 관련 연구논문(2001~2021)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4일 보도했다.
비강으로 투여된 인슐린 용량은 평균 40IU였다. 29건의 연구 중 12건의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자들에게 한 차례 인슐린이 비강으로 투여됐고 나머지 17건의 연구에서는 평균 16주 동안 여러 번 인슐린 투여됐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연구팀은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대사질환(당뇨병 등) ▲기타 질환 등 4그룹으로 분류했다. 건강한 사람은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비강 투여 인슐린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비강 투여 인슐린은 오로지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만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두 그룹은 인슐린 비강 투여로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제외한 모든 다른 환자와 건강한 사람은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 결과는 비강을 통한 인슐린 투여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들에 인슐린을 직접 보내면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슐린 투여의 부작용은 저혈당, 비강 자극, 비염, 현기증, 오심, 비강 출혈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 뉴욕 노스웰 레녹스힐 병원 신경과 전문의 가이야트리 데비 박사는 치매 환자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포도당 대사기능이 손상되었다면 비강으로 투여된 인슐린이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확인하려면 규모가 큰 임상시험과 인슐린 사용에 앞서 장기적인 부작용 평가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 뉴욕 대학 랑군 메디컬센터 인지신경과장인 샤에 다타 박사도 뇌의 기억 중추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들이 손상돼 포도당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의 인슐린 저항은 인지기능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프로비던스 세인트 존스 헬스센터 신경과 전문의 클리포드 세길 박사는 당뇨병도 없는데, 인슐린을 투여해 혈당이 크게 떨어지는 저혈당이 오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이 결과는 무작위 대조군 설정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여러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온라인 과학 전문지 '공공 과학 도서관'(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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