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차관 "한·일·대만, 중국 의존도 축소에 속도 낼 가능성"
중국국제광업협회 "중단기적으로 中 대체 가능하다는 건 판타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이 서방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 맞서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과 각국의 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가속화 등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다음 달 1일부터 반도체·전기차·통신장비 등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것은 중국이 이들 광물에 한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보복에 나설 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각국이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 및 의존도 축소에 속도를 낼 수 있고, 중국 측 조치로 인한 금속 가격 상승 시 미국·캐나다·일본 등이 생산을 늘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그 동맹을 상대로 벌이는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초반에는 시장·기업에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할 것"이라고 봤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애나 애슈턴 등 연구진은 "수출통제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면서 이번 조처는 서방 제조업체가 중국을 떠날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외교부의 리춘(李淳) 정무차장(차관)도 대만·한국·일본 등이 이들 핵심 광물 공급과 관련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이싸이아리서치의 루시 첸은 "일본·한국·유럽·미국 등에 부차적인 공급업체들이 있는 만큼 공급 부족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로 해당 광물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다른 공급업체가 수요를 충분히 맞출 수 있는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10년 일본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지만, 각국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면서 중국의 희토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전례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호주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면서 2010년 98%였던 중국의 희토류 공급 점유율은 지난해 70%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갈륨·게르마늄은 중국이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희소한 자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트랜드 컨설트의 존 스트랜드는 갈륨·게르마늄은 희토류와 다르다면서 "석탄 채굴 과정의 부산물 등 다른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가격이 오르겠지만 중국이 반도체 수입 제한으로 겪는 고통이 더 클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향후 수출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 최강대국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것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이 타국을 제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위가 약화할 수 있는 만큼 '딜레마'라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국제광업협회 피터 아켈 회장은 "타국이 단기적, 혹은 중기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은 판타지"라고 주장했다.
중국에 있는 한 게르마늄 생산업체 관계자는 "당국의 수출 허가를 얻으려면 2달 정도가 걸릴 수 있는 만큼, 해외 고객사들은 최소 2개월간 생산 유지를 위해 비축분을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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