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中 광물수출 통제…안정적인 공급망 시급성 일깨운다

입력 2023-07-05 15:39  

[연합시론] 中 광물수출 통제…안정적인 공급망 시급성 일깨운다


(서울=연합뉴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통제에 나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갈륨과 게르마늄을 당국의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게 하는 조처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등 다양한 제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중국이 글로벌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수출 통제가 실제 이뤄지면 관련 분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든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작년 10월부터 반도체 핵심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하는 미국에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이 '국가안보'를 이번 조치의 이유로 든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6∼9일)을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도 그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사흘 뒤 열리는 미·중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광물'이라는 카드를 먼저 공개한 셈이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막으면 중국은 그 원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중국에서도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웨이젠궈 전 상무부 부부장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광물 통제 조치)은 중국 대응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만약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한이 계속 확장된다면 중국의 대응 조치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제품 생산에 미칠 영향이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이다. 미래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등으로 쓰이는 갈륨은 현재 약 40일분의 비축량이 확보돼 있고, 반도체 공정용 가스 생산 등에 사용되는 게르마늄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미·중 간 첨단산업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번 수출 통제가 실제 수출 제한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핵심 광물 품목으로 확대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언제든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2021년 중국이 자체 비료 수급난으로 비료 원료인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는 곧바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요소수 사태는 원자재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은 이차전지 제조용 핵심 광물을 비롯해 여러 원자재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 2021년 기준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84%, 황산코발트 97%, 탄산망간 100%, 황산망간 97%가 중국산이다.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과 인조흑연도 각각 72%와 87%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얼마든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출 통제가 앞으로 특정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수출을 금지하는 데까지 나아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이 우호적인 나라에는 수출하고,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에는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베이징에서 한중고위급 소통이 재개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핵심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한다.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구축은 하루가 급한 필수과제다.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는 이런 필수과제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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