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대응을 두고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반목했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경찰청장이 전격 사임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대적인 반정수 시위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미 에셰드 텔아비브 경찰청장은 자신이 정치적인 이유로 축출당했다면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에셰드 청장은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발 시위를 강경 진압하라는 벤-그비르 장관의 압력을 거부했던 인물이다.
에셰드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오늘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내전을 피하기 위한 내 선택의 대가를 치른다"며 "후임자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경찰 봉직을 마감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 정비 입법 반대 시위를 강경 진압하라던 장관의 명령과 관련해 "나는 장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시위대의) 머리와 뼈를 부수는 대가로 고속도로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시위 때마다 병원 응급실을 환자들로 채울 수도 있었다"고 했다.
에셰드 청장의 사임 기자회견 후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벤-그비르 장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지도부는 성명을 통해 "에셰드 청장의 사임 발표를 통해 이스라엘 경찰에 독재를 심으려는 벤-그비르의 음모가 드러났다"며 "이스라엘이 엄청난 위험에 직면했다. 시민만이 쿠데타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하이파, 비어 셰바, 카르쿠르 등에서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또 시위 지도부는 사법부 무력화의 한 방편으로 변호사회를 해산하고 대법원의 사법심사 기준이 되는 '합리성 기준'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정부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국기를 든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천 명의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모닥불을 피우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고, 일부는 예루살렘에 있는 총리 공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기도 하고, 시위 참가자 수십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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